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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LAW · 변호사칼럼
의료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의료사고 손해배상의 쟁점과 판례를 변호사가 정리했습니다.

결과와 인과관계가 없어도 받는 위자료 —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의 요건과 한계

의료소송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벽은 인과관계입니다. 의료진의 대응이 분명 잘못됐는데도, 제대로 대응했더라도 결과는 같았을 수 있다는 감정 결과가 나오면 손해배상 청구는 막히기 쉽습니다. 이럴 때 검토하는 것이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에 대한 위자료입니다. 다만 이 길은 생각보다 좁습니다.

원칙: 과실, 손해, 인과관계가 모두 필요하다

의료사고로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손해의 발생,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2023년 대법원이 인과관계 증명 부담을 덜어 주는 법리를 정리했지만(2022다219427), 과실이 결과를 일으켰을 개연성조차 보이기 어려운 사건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진단이 늦어졌더라도 제때 진단했어도 치료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감정 의견이 나오면, 결과에 대한 손해배상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예외: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불성실한 진료

대법원은 2006. 9. 28. 선고 2004다61402 판결에서, 주의의무 위반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배상책임이 없지만,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일반인이 참을 수 있는 한도(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라면 그 자체로 불법행위가 되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리를 밝혔습니다. 이때 그 정도의 불성실함은 피해자 측이 증명해야 합니다.

이 위자료는 나쁜 결과(사망, 장해)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불성실한 진료 자체로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입니다. 그래서 금액은 결과 전체에 대한 손해배상보다 훨씬 작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2023년 대법원이 다시 그은 선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306185 판결은 이 기준을 구체화했습니다. 감기몸살로 의원에서 수액을 맞던 65세 환자가 호흡곤란을 호소하자 의사가 큰 병원으로 가라고 권했고, 환자는 부축을 받아 걸어 나간 지 약 5분 만에 쓰러져 심정지가 왔으며 약 20개월 뒤 사망했습니다. 1심과 2심은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혈압 등을 재지 않고 이송에도 관여하지 않은 것을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로 보아 위자료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위자료가 단순한 주의의무 위반이 아니라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을 전제로 하며, 임상의학 분야에서 요구되는 수준에 맞는 진료를 했다면 불성실한 진료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환자가 부축을 받아 걸어 나간 상황에서 혈압을 재지 않거나 이송을 적극 돕지 않은 사정만으로는 수인한도를 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하급심은 인정하고, 대법원은 파기하는 흐름

2018년 말에도 대법원은 이틀 연속 응급실을 찾은 20대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치료가 약 3시간 늦어진 점만으로는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로 보기 어렵다며 원심(2심)이 인정한 위자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되었습니다. 두 사건에서 보듯, 하급심이 위자료를 인정하더라도 대법원은 '현저함'을 엄격하게 따집니다.

언제 주장해 볼 만한가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겹칠 때 이 주장을 검토합니다. 어느 하나로 충분하다는 뜻은 아니고, 진료기록으로 뒷받침되는지가 관건입니다.

이 주장은 진료상 과실과 인과관계, 설명의무 위반 주장과 함께 단계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앞의 청구가 인정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 마지막 안전판에 가깝다고 이해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61402 판결,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306185 판결,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