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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LAW · 변호사칼럼
의료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의료사고 손해배상의 쟁점과 판례를 변호사가 정리했습니다.

의료분쟁 합의서와 부제소 합의 — 효력이 미치는 범위, 후발손해, 비밀유지·비방금지 조항의 한계

의료분쟁이 소송까지 가지 않고 합의로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병원 입장에서 합의의 목적은 분쟁을 확실히 끝내는 것이므로, 합의서에는 보통 "향후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소송을 내지 않기로 하는) 문구가 들어갑니다. 합의서가 실제로 어디까지 효력을 가지는지, 어떤 조항은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는지를 정리합니다.

합의서는 화해계약이다

서로 양보해 분쟁을 끝내기로 하는 합의는 민법상 화해계약입니다. 화해계약은 원칙적으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고,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이나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을 때만 예외가 인정됩니다(민법 제733조). 그래서 합의 뒤에 "생각보다 손해가 컸다"는 이유만으로 합의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환자가 미성년자라면 법정대리인이, 환자가 사망했다면 상속인들이 당사자가 되므로, 상속인 일부만 서명한 합의는 서명하지 않은 상속인의 몫에까지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부제소 합의를 어기고 낸 소송은 어떻게 되나

대법원은 특정한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해 소송을 내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이를 어기고 소송을 냈다면, 그 소송은 보호할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고,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아도 법원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동시에 부제소 합의는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포기하는 중대한 효과가 있으므로 합의할 때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고, 효력과 범위에 다툼이 있으면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합의서에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 합의인지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합의 뒤 예상하지 못한 손해가 생긴다면

대법원은 피해자가 일정 금액을 받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다면 그 뒤 더 큰 손해가 생겨도 다시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봅니다. 다만 합의가 사고 직후 손해 범위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졌고, 뒤에 생긴 손해가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것으로서, 이를 알았다면 그 금액으로는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만큼 중대한 경우에는 그 손해까지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00. 1. 14. 선고 99다39418 판결, 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3176 판결).

의료사고에 관한 합의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대법원은 제왕절개수술 후 감염 등으로 추가 수술을 받은 환자가 합의 뒤 장 유착으로 다시 수술을 받은 사건에서, 그 손해는 합의 당시 전혀 예상할 수 없던 중대한 손해로 보기 어렵다며 합의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대법원 1991. 4. 9. 선고 90다16078 판결). 결국 합의 시점과 합의서에 담긴 내용이 중요합니다. 증상이 어느 정도 안정된 뒤에 합의하고, 알려진 후유증 가능성과 합의 대상 손해의 범위를 합의서에 적어 두면 나중에 다툼의 여지가 줄어듭니다.

비밀유지·비방금지 조항의 효력과 한계

합의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거나 병원을 비방하지 않기로 하는 조항은 계약 자유의 범위에서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이를 어기면 일정 금액을 내기로 하는 위약금 조항도 둘 수 있는데,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고 그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398조 제2항, 제4항).

한계도 있습니다. 수사기관이나 행정기관의 조사에 응하는 것, 법령에 따른 신고나 절차를 이용하는 것까지 막는 조항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입니다. 조항은 금지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병원 측도 같은 의무를 지는 쌍방 조항으로 두는 편이 분쟁을 줄입니다. 업무상과실치상 등 형사 절차와 관련된 의사 표시를 합의서에 담을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하며, 의료인이 당사자인 형사 사건은 따로 안내합니다.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합의 전에 보험사와 협의

상법은 피보험자가 보험사의 동의 없이 피해자에게 변제, 승인, 화해를 한 경우에도, 그 행위가 현저하게 부당하지 않다면 보험사가 보상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상법 제723조 제3항). 다만 보험사가 합의 금액이 적정한지를 다투면 보상 범위를 둘러싼 별도의 분쟁이 생길 수 있고, 채무가 확정되면 지체 없이 보험사에 통지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1항). 합의 협상 단계부터 보험사와 협의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확인할 것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민법 제398조, 제733조, 상법 제723조, 대법원 1991. 4. 9. 선고 90다16078 판결, 대법원 2000. 1. 14. 선고 99다39418 판결, 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3176 판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