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시술 뒤 통증·발열에도 감염 검사 없었다는 주장 — 패혈증·마미증후군 손해배상 강제조정
결과 정형외과의원 감염 진단 지연 주장 → 강제조정(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으로 배상
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60대 남성으로, 척추관 협착증(척추 속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지는 병) 때문에 한 척추 병원에서 경막외강 신경박리술과 추간공 확장술(가는 관을 넣어 신경 주변 유착을 풀고 신경 통로를 넓히는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시술 뒤 허리 통증이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심해졌고, 의뢰인은 시술 나흘 뒤 집 근처 정형외과의원에 입원했습니다. 입원할 때 의뢰인은 다른 병원에서 척추 시술을 받은 뒤 시술 부위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알렸습니다.
의원은 약 일주일 동안 경험적 항생제(원인균을 확인하기 전에 쓰는 항생제)와 진통제를 투여한 뒤 의뢰인을 퇴원시켰습니다. 퇴원 뒤에도 통증은 더 심해졌고 열까지 났습니다. 다시 외래를 찾았지만 해열진통제 주사와 약 처방만 받고 귀가했고, 다음 날 119 구급차로 같은 의원에 다시 입원했습니다. 구급대원은 38.4도의 발열을 의료진에게 알렸습니다. 두 번째 입원 기간에도 의뢰인은 계속 통증과 갈증, 발열을 호소했고, 닷새가량 지나 호흡곤란이 생긴 뒤에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대학병원 검사에서 백혈구와 염증 수치는 매우 높게 나왔고, 척추 주변 농양(고름 주머니)과 전신 패혈증(세균 감염이 온몸으로 퍼진 위중한 상태)이 진단됐습니다. 의뢰인은 중환자실 자리가 있는 다른 병원을 거쳐 또 다른 대학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고, 상태가 좋지 않아 응급수술도 바로 하지 못한 채 배액관 삽입과 항생제 치료를 받다가 두 차례 고름을 빼내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마미증후군(척추 아래쪽 신경다발이 손상돼 다리 힘과 대소변 기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남아 오랜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쟁점
핵심은 의원이 감염을 의심하고 검사했어야 했는지였습니다. 척추 시술 뒤 유난히 오래가는 통증, 특히 염증 수치 상승이나 발열이 함께 나타나면 감염을 먼저 의심해야 하고, 혈액 염증 수치 검사, 균 배양 검사, MRI 등으로 빨리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의학적 기준입니다. 의뢰인은 감염에 취약한 기저질환도 있었습니다.
두 번째 쟁점은 전원과 설명입니다. 의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시술한 병원이나 상급병원으로 빨리 옮기거나, 적어도 그 필요성을 환자와 가족에게 설명했어야 하는지가 다퉈졌습니다.
피고 의사는 전원 당일 가족과의 통화에서 척추에 고름이 찬 환자를 본 적이 있어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하면서도, 혈액검사를 했더라도 상관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태신의 조력
진료 경과를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하다
첫 입원부터 외래 진료, 119 이송, 두 번째 입원, 대학병원 전원까지의 경과를 날짜별로 정리했습니다. 첫 입원 때 염증 수치 검사, 균 배양 검사, 항생제 감수성 검사, MRI 없이 경험적 항생제와 진통제만 쓴 점, 고열로 다시 입원한 뒤에는 그런 검사 없이 해열제와 진통제만 투여한 점을 짚었습니다. 이후 옮겨 간 병원들의 응급실 기록에도 '검사 없이 통증치료만' 받았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는 점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진료기록감정으로 경과관찰 소홀을 뒷받침하다
법원의 진료기록감정 결과를 의뢰인에게 유리한 근거로 인용했습니다. 감정의는 지속적인 통증 호소에 대해 더 면밀한 경과관찰이 필요했고, 시술한 병원으로 전원하는 것도 고려했어야 하며,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상태를 꼼꼼히 살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피고 의사가 감염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었다는 통화 녹취록도 제출했습니다.
대법원 판례로 전원·설명의무와 인과관계를 정리하다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기 어려우면 신속히 전문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옮겨야 하고, 옮길 필요성과 옮기지 않을 때의 위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습니다. 의료 과정은 환자가 알기 어려운 만큼, 일반인의 상식으로 보아 잘못된 의료행위가 증명되고 다른 원인이 끼어들 수 없다면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는 판례도 함께 들었습니다. 의뢰인은 이 의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다리 운동장애나 대소변 장애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신체감정 결과로 인과관계와 손해를 정리하다
신체감정에서 시술 전에는 신경 손상이 없었고 기왕증(원래 있던 병)의 기여도는 0~10% 정도라는 의견이 나온 점을 들어 인과관계를 주장했습니다. 감정에서 평가된 영구장해(노동능력상실률 약 6%)와 향후 재활·약물치료비, 보조기구비, 간병비를 반영해 청구를 늘렸습니다.
사건의 결과
법원은 사건을 조정에 회부한 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을 내렸습니다. 의원 측이 의뢰인과 가족에게 2천만 원을 정해진 기한까지 지급하고, 의뢰인 측은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고 이 진료에 관해 더는 법적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합니다.
강제조정은 양측 사정을 두루 고려해 정한 결정이어서, 과실을 하나하나 판단한 판결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