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은 대학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입니다. 환자는 명치 부위 불편감과 설사로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의료진은 급성위장염을 의심해 혈액검사와 복부 X선 검사를 했습니다. 특별한 이상이 없어 수액과 위산 억제제, 장 경련을 줄이는 약 등으로 증상을 가라앉힌 뒤 귀가하도록 했습니다.
엿새 뒤 환자는 아랫배 통증과 구토로 다시 응급실에 왔고, 다른 의원의 대장내시경 결과 게실염(대장 벽에 생긴 작은 주머니에 염증이 생긴 것)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의료진은 복부 CT를 찍었지만 게실염이나 만성 충수염(맹장염)을 의심할 소견은 없었고 혈액검사도 정상이었습니다. 이후에도 환자는 산부인과 외래와 응급실을 몇 차례 더 찾았고, 산부인과 협진과 골반 CT·초음파·분비물 검사, 소화기내과 입원 검사까지 받았지만 뚜렷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몇 달 뒤 환자는 다른 병원에서 상행결장 게실염 진단을 받았고, 병원을 상대로 위자료 약 3천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태신은 소송 초기 답변서 단계부터 병원 측을 대리했습니다.
쟁점
환자 측은 병원 의료진이 게실염을 제때 진단·치료하지 않아 상행결장 게실염과 만성 맹장염이 악화되고 장폐색 증상까지 생겼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송 도중에는 골반염을 제때 진단해 항생제를 쓰지 않아 만성 골반염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더했습니다. 또 진단·치료를 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생길 수 있는지 설명하지 않아 적극적인 치료를 선택할 기회를 잃었다며 설명의무 위반도 내세웠습니다.
따라서 쟁점은 환자가 이 병원을 찾았던 기간에 실제로 게실염·맹장염·골반염이 있었는지, 의료진의 검사와 판단이 당시 의료 수준에 맞았는지, 그리고 설명의무 위반이 성립하는지였습니다. 나중에 다른 병원에서 게실염 진단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앞선 진료 시점에도 병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습니다.
태신의 조력
내원 때마다의 검사 수치와 CT 판독으로 경과를 다시 세우다
태신은 진료기록을 내원 순서대로 정리해, 매번 염증 수치(CRP)와 백혈구 수치가 정상 범위였고 복부 CT 판독에서도 게실염이나 충수염 소견이 없었다는 점을 기록 원본과 함께 제시했습니다. 귀가할 때마다 증상이 나빠지거나 계속되면 다시 내원해 추가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 내용이 진료기록에 남아 있다는 점도 보여 주었습니다. 환자가 근거로 든 다른 의원의 소견서에도 대장내시경상 게실염이 의심된다는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의학 문헌으로 게실증과 게실염을 구분하다
대장에 게실이 있는 것(게실증)과 그 게실에 염증이 생긴 것(게실염)은 다르고, 증상이 없는 게실증은 수술 대상이 아니며 게실염 진단은 복부 CT로 한다는 점을 의학 교과서와 문헌으로 설명했습니다. 게실염이 있더라도 합병증이 없으면 항생제와 장 휴식 같은 내과 치료가 기본이라는 점도 함께 짚었습니다. 이 기준에 따라 당시 검사로 게실염이 확인되지 않은 이상 추가 검사나 수술을 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진단상 과실은 결과를 놓고 따지는 것이 아니라 당시 임상의학에서 실천되는 진단 수준 안에서 최선의 주의를 다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의료진이 증상에 맞춰 단계적으로 검사 범위를 넓혀 간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골반염 주장에 대한 반박
산부인과 진료 당시 골반염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자궁경부 압통이 없었고, 응급실 협진 때 시행한 골반 CT·혈액검사·분비물 검사도 모두 정상이었다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하복부 통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골반염 치료를 하지는 않는다는 감정의 답변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감정 결과를 정리해 과실·인과관계·손해를 함께 다투다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에서 피고 측 질문에 대해 소화기내과와 산부인과 감정의가 당시 검사와 처치가 적절했다고 답한 부분을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소화기내과 감정의는 CT에서 복통을 설명할 만한 뚜렷한 병변이 없었다고 했고, 산부인과 감정의는 진찰 소견상 골반염을 의심할 근거가 없었으며 경과관찰도 가능한 선택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신체감정 결과에서도 의료사고로 볼 만한 진료행위가 없고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없으며, 게실은 현재 증상의 원인이 아니라는 내용을 짚었습니다. 설명의무에 대해서는 침습적 시술이나 환자의 선택이 필요한 사항이 아니면 위자료 대상이 되는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습니다.
사건의 결과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을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1심). 법원은 진료기록감정 결과에 비추어 환자가 이 병원을 찾았던 기간에는 게실염·맹장염·골반염이 생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진단·치료상 과실이나 요양 지도 의무 위반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주장도 설명할 대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신체감정 결과 역시 의료사고로 볼 만한 진료행위가 없다는 취지라고 덧붙였습니다. 나머지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로써 청구액 약 3천만 원 전부를 방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