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신경종을 이물 육아종으로 오진하고 두 차례 수술 — 신경병성 통증 손해배상 1억 1천만 원 화해권고결정
결과 발바닥 신경종 오진·두 차례 수술 뒤 신경병성 통증 → 1억 1천만 원 화해권고결정
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30대 초반 여성입니다. 어린 시절 유리 조각을 밟아 발바닥을 꿰맨 적이 있었는데, 그 흉터 부위에 덩어리가 만져지고 걸을 때 앞 발바닥이 찌릿하게 아파 대학병원 정형외과를 찾았습니다. 담당 의사는 발을 만져 본 뒤 피부 속에 남은 이물질 때문에 생긴 단순한 육아종(이물질 주위에 생기는 염증성 덩어리)이라며, 간단히 떼어 내면 2주 뒤에는 통증 없이 생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의뢰인은 이 설명을 믿고 전신마취 아래 덩어리를 떼어 내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술 직후 의사는 발가락으로 가는 신경에 덩어리가 있어 떼어 냈다고 말했고, 조직검사 결과도 육아종이 아닌 신경종(신경 가지에 생긴 양성 종양)으로 나왔습니다. 수술 뒤 통증은 오히려 신경병성 통증(신경 자체가 손상돼 생기는 타는 듯한 통증)으로 바뀌었고, 발이 저절로 안쪽으로 휘는 움직임과 감각 이상까지 생겨 발을 제대로 딛지 못하게 됐습니다.
같은 병원 신경과에서는 수술보다 약물 등 보존적 치료로 오래 지켜보자고 권했지만, 정형외과 의사는 약 2주 만에 재수술을 권했고 의뢰인은 두 번째 수술을 받았습니다. 절제 범위는 더 넓어졌고 흉터도 두 배 가까이 길어졌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은 다른 대학병원에서 수술 후 신경종 진단을 받았고, 척수신경 자극기(척수에 전기 자극을 주어 통증을 줄이는 장치)를 몸에 심는 시술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쟁점
첫째는 진단 과정의 과실입니다. 의뢰인에게는 발 외상 병력과 신경종의 전형적인 증상인 앞 발바닥의 찌릿한 통증이 있었고, 수술 전 MRI·초음파에서도 경계가 불분명한 덩어리가 두 개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신경종을 가려내기 위한 진찰 검사나 병변에 마취제를 주사해 보는 검사 없이 육아종으로 단정하고 수술한 것이 진료 수준에 맞는지가 다퉈졌습니다.
둘째는 치료 방법을 고른 과정의 과실입니다. 신경종은 수술 전에 약물·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를 먼저 해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보존적 치료 없이 두 차례 수술로 나아간 판단이 적절했는지가 문제였습니다.
셋째는 설명의무입니다. 의뢰인은 "간단한 수술"이라는 설명만 들었을 뿐, 다른 치료 방법이나 수술 뒤 통증이 남거나 재발할 위험은 듣지 못했습니다.
넷째는 손해의 범위입니다. 법원 신체감정에서 노동능력상실률은 10%로 평가됐습니다.
병원 측은 소송에 앞선 의료분쟁 조정 절차에서 진단이 오진이 아니고, 의뢰인에게 남은 후유증에도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태신의 조력
진료 경과를 하나씩 짚어 감별검사 누락을 지적하다
첫 진료부터 1차 수술까지의 기록을 시간 순서대로 분석했습니다. 외상 병력, 전형적인 증상, 영상 소견이 모두 신경종 가능성을 가리켰는데도 촉진과 X-ray만으로 육아종 진단을 내렸고, 수술을 위해 입원한 뒤에도 감별검사가 없었다는 점을 아홉 가지 사정으로 정리했습니다. 수술 소견과 조직검사 결과가 처음 진단과 달랐다는 점도 함께 짚었습니다.
의학 문헌과 증례보고로 치료 선택의 문제를 보이다
신경종의 진단·치료 기준을 담은 의학 자료를 제출해 수술 전에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보였습니다. 이물 육아종으로 오인된 외상성 신경종 증례보고 논문도 제출해, 이미 있던 신경종에 수술 자극이 더해지면 작은 자극에도 신경병성 통증과 원치 않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어 진단과 치료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같은 병원 신경과 의사가 수술로 좋아지지 않은 신경종은 재수술로도 잘 낫지 않고 재발 가능성이 높다며 보존 치료를 권했는데도, 약 2주 만에 재수술을 결정한 경위도 문제 삼았습니다.
진료 대화 녹취로 일방적인 설명을 뒷받침하다
의뢰인이 진료 때 녹음해 둔 대화를 녹취록으로 만들어 증거로 냈습니다. 수술 외 치료 방법이나 부작용 설명 없이 수술만이 해결책이라고 권한 설명이 의뢰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신체감정 결과로 손해를 다시 계산하다
신체감정 결과가 나오자 노동능력상실률을 반영해 일실수입(장해로 잃게 된 장래 소득)을 다시 계산했습니다. 그사이 받은 척수신경 자극기 삽입 비용은 이미 쓴 치료비로 옮기고, 앞으로 필요한 진료비·약값·자극기 배터리 교체 비용은 향후치료비로 산정했습니다.
사건의 결과
법원은 병원이 의뢰인에게 1억 1천만 원을 정해진 기한까지 지급하고, 의뢰인은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며,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습니다.
화해권고결정은 양측에 합의안을 제시하는 결정이어서, 판결처럼 병원의 과실 여부를 하나하나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