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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LAW · 변호사칼럼
의료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의료사고 손해배상의 쟁점과 판례를 변호사가 정리했습니다.

인과관계 추정 판결 이후, 병원은 무엇을 다퉈야 하나 — ‘개연성’과 ‘막연한 가능성’의 경계, 기저질환과 다른 원인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이후 "이제 결과가 나쁘면 병원이 무조건 진다"는 걱정이 나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 판결은 환자 측의 증명 부담을 덜어 준 것이지 병원의 책임을 자동으로 인정한 것이 아닙니다. 판결이 정한 구조를 정확히 알면, 병원이 어디에 힘을 모아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판결이 정한 구조

판결에 따르면 환자 측이 ① 당시 임상의학 수준에서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어긴 행위, 즉 진료상 과실이 있었다는 점과 ② 그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됩니다. 그리고 추정이 생긴 경우에도 병원은 손해가 그 과실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생겼다는 점을 증명해 추정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수술 중 마취과 전문의가 수술실을 비운 사이 저혈압과 산소포화도 저하가 생겼고, 간호사의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못한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신속히 조치했다면 회복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보아 개연성을 인정했고, 병원이 다른 원인을 증명하지 못한 이상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병원이 다툴 길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추정의 전제인 과실이나 개연성이 아예 증명되지 않았다고 다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제가 인정되더라도 결과가 다른 원인에서 비롯되었다고 증명하는 것입니다. 앞의 것은 환자 측 증명이 충분한지의 문제이고, 뒤의 것은 병원이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준비할 자료가 다릅니다.

'개연성'과 '막연한 가능성'은 다르다

흔히 '상당한 개연성'이라고 부르지만, 판결이 쓴 표현은 '개연성'입니다. 판결은 이것이 자연과학적·의학적으로 의심 없을 정도까지 증명될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도,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의학적 원리에 맞지 않거나 과실이 손해를 낳을 막연한 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그치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도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만으로 나쁜 결과에서 과실과 인과관계를 막연히 추정해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병원은 "그 과실이 이 결과로 이어지는 의학적 경로가 실제로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첫 번째 쟁점은 여전히 '과실'이다

추정은 과실이 증명된 뒤의 이야기입니다. 의사는 환자 상황과 당시 의료수준에 따라 적절한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재량이 있고, 그 선택이 합리적인 범위 안이라면 결과만 놓고 과실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2005다5867). 사고 당시 기준의 진료지침과 문헌으로 판단의 합리성을 설명하는 일이 여전히 가장 중요합니다.

기저질환·다른 원인으로 추정을 뒤집으려면

추정을 뒤집으려면 "환자에게 기저질환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질환이나 다른 원인이 이 결과를 설명한다는 의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위 사건의 환자도 고령에 고혈압, 폐기능 저하가 있었지만 인과관계는 인정되었습니다. 다만 같은 사건에서 원심은 병원 책임을 60%로 제한했고, 대법원은 그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실무에서는 인과관계 단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기저질환이 손해 분담 단계에서 다시 고려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병원이 준비해야 할 자료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