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실손보험으로 치료비를 냈는데, 병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Q. 수술 사고로 재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았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제가 낸 본인부담금은 실손보험으로 대부분 돌려받았습니다. 병원은 "이미 보험으로 다 해결됐으니 치료비는 배상할 게 없다"고 합니다. 맞는 말인가요?
설명을 위한 가상 상황입니다.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이 낸 몫은 공단이 병원에 따로 청구하는 구조여서 환자의 청구에서 빠지지만, 환자가 낸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비용은 환자의 손해입니다. 실손보험금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의 배상책임이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1. 건강보험공단이 낸 몫(공단부담금)
제3자의 잘못으로 생긴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공단은 낸 비용 한도에서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습니다(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그래서 환자는 전체 치료비 중 공단부담금을 뺀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비용을 청구합니다. 반대로 환자가 병원에서 먼저 배상을 받으면 공단이 그 범위에서 보험급여를 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합의할 때 이 점도 따져야 합니다.
2. 환자 쪽 잘못이 일부 인정될 때: 바뀐 계산법
대법원은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계산 순서를 바꿨습니다. 전체 치료비에서 공단부담금을 먼저 빼고, 남은 본인부담금에 상대방 책임 비율을 적용합니다. 공단도 공단부담금 전부가 아니라 상대방 책임 비율에 해당하는 만큼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예전처럼 공단부담금 전액을 뒤에서 빼는 바람에 환자 몫이 거의 남지 않던 문제가 줄어든 것입니다.
3. 실손보험금은 어떻게 되나
실손보험금은 환자가 보험료를 내고 가입한 계약에 따라 받는 돈이어서, 법이 공단에 청구권을 주는 건강보험과는 구조가 다릅니다. 사람의 몸에 관한 보험은 원칙적으로 보험사가 환자의 배상 권리를 넘겨받을 수 없지만, 상해보험은 약정이 있으면 환자의 권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넘겨받을 수 있습니다(상법 제729조). 같은 치료비를 실손보험과 병원 배상으로 모두 받을 수 있는지는 약관과 사건 경위에 따라 달라지므로 소송 전에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4. 병원이 진료비를 면제해 준다면
대법원은 환자가 병원에서 지인 할인으로 덜 낸 금액은 환자가 실제로 부담한 비용이 아니어서 실손보험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4. 10. 31. 선고 2023다240916 판결). 사고 후 진료비 면제를 다룬 판결은 아니지만, 실제로 내지 않은 돈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므로 병원이 진료비를 면제하거나 돌려주면 보험사와 정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합의할 때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 전 준비할 자료
- 진료비 영수증과 세부 내역서(급여·비급여 구분)
- 건강보험공단 진료비 지급 내역, 공단에서 받은 안내문
- 실손보험 증권·약관, 보험금 지급 내역
- 병원의 진료비 면제·감액 안내 문서
이 글은 설명을 위한 가상 상황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기준을 안내한 것으로, 특정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실손보험과의 관계는 가입 시기와 약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구상권), 상법 제729조(제3자에 대한 보험대위의 금지),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공제 후 과실상계), 대법원 2024. 10. 31. 선고 2023다240916 판결(할인액은 실손 보상 대상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