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시술 동의서와 계약서, 서명 전에 읽어야 할 조항 — 약관법과 2026년 공정위 시정 내용
피부·성형 시술을 받기 전에는 보통 두 종류의 서류에 서명합니다. 하나는 시술의 위험을 설명받았다는 동의서이고, 다른 하나는 가격과 횟수, 환불 조건이 적힌 계약서나 패키지 이용 약관입니다. 많은 분이 둘 다 형식적인 서류로 여기고 서명하지만, 나중에 분쟁이 생기면 이 서류들이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동의서에 서명했다고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동의서에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적혀 있으면 "서명했으니 병원 책임이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의서는 설명을 들었다는 자료일 뿐, 시술 과정의 잘못까지 면해 주는 서류가 아닙니다. 설명을 했다는 점은 원칙적으로 의사 쪽이 증명해야 하고(2005다5867), 대법원은 환자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시술 직전에 설명하고 서명을 받은 경우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2021다265010). 동의서에 인쇄된 문구만 있고 환자에게 맞춘 설명이 없었다면 이 점도 따져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동의서가 아예 없다고 해서 곧바로 병원 책임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의료법 제24조의2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처럼 생명이나 몸에 중대한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에 서면 설명과 동의를 요구하는데, 서면 의무가 없는 시술이라도 위험을 설명해야 한다는 원칙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약관법이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조항
여러 고객에게 똑같이 쓰려고 미리 만든 계약서는 약관으로서 약관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약관법은 다음과 같은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은 조항은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음(제3조)
- 뜻이 분명하지 않은 조항은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제5조)
- 신의성실의 원칙을 어겨 공정성을 잃은 조항, 예를 들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무효(제6조)
- 병원이나 직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은 무효(제7조)
-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위약금·지연손해금 같은 손해배상을 물리는 조항은 무효(제8조)
-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소송 금지 조항, 상당한 이유 없이 고객에게 증명 책임을 지우는 조항은 무효(제14조)
2026년 7월 공정위가 시정한 조항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7월, 최근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접수가 많았던 피부과·성형외과 15곳의 선납 진료 약관을 시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선납 진료 관련 피해구제 접수는 2021년 88건에서 2024년 449건으로 늘었습니다. 시정된 조항은 계약 후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단순 변심이면 환불하지 않는 조항, 결제 금액의 20~30%에 이르는 위약금 조항, 선납 진료권을 가족 등에게 넘기지 못하게 한 조항, 지정 의사가 퇴사해도 환불하지 않는 조항, 의료진 과실에 대한 민·형사 책임을 배제하거나 소송을 금지하는 조항 등입니다. 공정위는 중도 해지 때 이미 받은 시술 비용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 위약금 10%를 정산한 뒤 나머지를 돌려주도록 했고, 미용 시술 선납 진료에 관한 표준약관을 마련할 계획도 밝혔습니다. 이 시정은 해당 의원들의 약관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다른 병원의 비슷한 조항을 판단할 때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이해됩니다.
서명 전에 확인할 조항
- 중도 해지 때 환불 계산 방식(이미 받은 시술을 정가로 계산하는지, 할인가로 계산하는지)과 위약금 비율
- 환불 기한 제한, 양도 금지 조항
- 지정 의사가 바뀌거나 그만두면 어떻게 되는지
- 부작용이 생겼을 때 병원 책임을 제한하거나 이의 제기를 막는 문구
- 동의서에 적힌 부작용이 내 시술 부위와 방법에 맞는 설명인지
이미 서명했다면
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리한 조항이 모두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계약서와 동의서 사본, 결제 내역, 이용 횟수 기록을 확보하고, 환불을 거절당하면 거절 사유를 문자 등 기록이 남는 방법으로 받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5조, 제6조, 제7조, 제8조, 제14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다265010 판결, 공정거래위원회 피부과·성형외과 선납 진료 약관 시정(2026. 7. 19.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