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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LAW · 변호사칼럼
의료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의료사고 손해배상의 쟁점과 판례를 변호사가 정리했습니다.

의료과실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나 — ‘진료 당시 임상의학 실천 수준’과 의사의 재량

수술이나 치료 뒤 결과가 나쁘면 환자와 가족은 "병원이 뭔가 잘못했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결과가 나쁘다는 사실만으로 과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의료소송에서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은 "그 의사가 해야 할 일을 했는가"이고, 그 '해야 할 일'을 정하는 잣대가 따로 있습니다. 이 잣대를 알아야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기준은 '그때, 그 분야에서 실천되던 의료 수준'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막기 위해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이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거듭 밝혀 왔습니다(최근 예: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다217533 판결). 이 문장에는 세 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판례는 이 의료 수준을 진료 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규범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도 합니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 판결 등). '그 병원에서는 늘 그렇게 해 왔다'는 관행이 곧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진단도 같은 잣대로 본다

2020다217533 판결은 허리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MRI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가 척추 안쪽에 고인 피(경막외 혈종)를 발견하지 못하고 척추관 협착증과 디스크(추간판 탈출증)로만 진단한 뒤 다른 의원으로 보냈고, 이후 증상이 나빠져 하반신 마비가 생긴 사건입니다. 원심(2심)은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의사에게 임상의학에서 실천되는 진단 수준의 범위 안에서 신중히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할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영상에 혈종이 상당한 양으로 나타나 있었던 점 등을 더 심리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파기환송).

의사의 재량, 넓지만 무한하지 않다

법원은 의사에게 치료 방법을 고를 상당한 재량을 인정합니다. 대법원은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이상,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치가 의사로서 합리적인 것인 한 그중 무엇을 택할지는 의사의 재량에 속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4434 판결). 이 사건에서 원심은 간에 여러 개의 고름집이 생긴 환자에게 수술로 고름을 빼내지 않은 과실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그 수술이 당시 실제로 가능했고 효과가 있었을지를 충분히 따지지 않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환자 측에서 보면 "다른 방법도 있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의사가 고른 방법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는 점, 또는 다른 방법이 실제로 가능했고 결과를 바꿀 수 있었다는 점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또 판결 문언상 재량은 '진단에 과실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면 그 뒤의 선택을 재량이라는 이유로 정당화하기는 어렵다고 이해됩니다.

진료지침은 어떤 의미인가

실무에서는 학회 진료지침, 약품 허가사항, 병원 내부 지침이 '당시 실천되던 수준'을 보여 주는 핵심 자료로 쓰입니다. 다만 진료지침은 평균적인 환자를 기준으로 한 권고여서, 지침과 다르게 진료했다고 곧바로 과실이 되는 것도, 지침을 따랐다고 곧바로 책임을 벗는 것도 아니라고 이해됩니다. 그래서 소송에서는 지침에서 벗어난 이유가 진료기록에 남아 있는지, 그 이유가 그 환자의 상태에 비추어 합리적이었는지가 다투어집니다. 이때 인용하는 지침은 개정 후 최신판이 아니라 진료 당시 시행되던 판이어야 합니다.

환자 측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다217533 판결,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4434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