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수련의)가 실수했다면 — 지도전문의와 병원의 책임은 어떻게 나뉘나
대학병원이나 수련병원에서는 밤과 주말에 환자를 가장 먼저 보는 사람이 전공의(인턴·레지던트)인 경우가 많습니다. 처방을 입력하고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환자와 가족에게 설명하는 일도 상당 부분 전공의가 맡습니다. 그러다 사고가 나면 "아직 배우는 의사가 한 일인데, 교수와 병원은 책임이 없느냐"는 질문이 생깁니다.
전공의도 면허를 가진 의사다
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을 받는 의사입니다. 따라서 자기가 한 진료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집니다. 과실을 판단하는 기준은 같은 일을 하는 통상의 의사에게 요구되는 수준이므로, 수련 중이라는 이유로 기준이 낮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이해됩니다. 경험이 부족해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까지가 전공의의 의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대법원: 교수는 어디까지 책임지나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도1499 판결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교수와 전공의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된 형사사건입니다. 대학병원 내과 교수가 장이 부분적으로 막힌 환자에게 대장내시경을 하기로 했고, 장을 비우는 약(장정결제)의 처방과 설명은 2년차 전공의가 맡았습니다. 전공의는 일반적인 용법대로 약을 처방하면서 배변 상태를 관찰하라는 지시나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환자는 장이 터져 사망했습니다. 원심(2심)은 교수가 전공의를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교수에게도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직책상 주된 의사가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다른 의사에게 의료행위를 맡기는 경우(수직적 분업), 그 행위가 전적으로 맡겨진 것이 아닌 이상 주된 의사는 다른 의사가 하는 의료행위가 적절한지 확인하고 감독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맡긴 것 자체가 합리적이었다면 맡긴 의사가 일일이 책임지지 않을 수 있고, 위임이 합리적이었는지는 위임받은 의사의 자격과 평소 맡아 온 업무, 위임하게 된 경위와 당시 상황, 그 의료행위가 해당 병원의 진료 체계 안에서 맡겨서 할 수 있는 성격인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감독 지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교수의 책임을 단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위임의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는지 다시 심리하라며 돌려보냈습니다(파기환송). 교수의 무죄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다시 판단하도록 한 것이고, 처방을 한 전공의의 상고는 기각되어 유죄가 유지되었습니다.
설명은 누가 해야 하나
같은 판결은 의료행위의 위험을 환자에게 설명해야 하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주된 지위에서 진료하는 의사라고 하면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의사를 통한 설명으로도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실무에서는 전공의가 설명했더라도 그 내용이 충분했는지가 따로 다투어집니다.
민사소송에서는 병원이 책임의 중심에 선다
위 판결은 형사사건입니다. 민사에서는 전공의와 교수 모두 병원에 고용된 사람이므로, 전공의의 과실이 인정되면 병원은 사용자로서 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민법 제756조). 교수 개인에게 형사책임이 인정되는지와 관계없이 병원에 대한 청구는 따로 판단된다고 이해됩니다. 아울러 경험이 적은 전공의 혼자 위험한 처치를 하게 둔 당직 체계 자체를 병원의 잘못으로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환자 측이 소송에서 전공의와 교수 사이의 책임 분담을 하나하나 밝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병원 의료진 전체의 진료 과정 어디에서 잘못이 있었는지입니다. 다만 상급자 보고가 늦었는지, 교수가 실제로 환자를 보았는지는 과실이 생긴 시점과 이유를 보여 주는 단서가 되므로, 보고·지시 기록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진료기록에서 확인할 것
- 처방(오더)을 입력한 의사와 입력 시각, 교수의 확인 기록
- 전공의가 교수에게 보고한 시각과 받은 지시 내용
- 사고 당일 당직표와 응급 호출 기록
- 설명 동의서에 서명한 의사가 누구인지, 설명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도1499 판결, 민법 제756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