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송의 승부처, 진료기록감정과 신체감정
의료소송에서 판사는 의사가 아닙니다. 수술 중 어느 순간의 판단이 옳았는지, 지금의 장해가 그 수술 때문인지를 판사가 혼자 가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전문의의 의견을 구하는데, 이것이 '감정'입니다. 의료소송에서 감정 결과는 사실상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아, 감정을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소송 전략의 중심이 됩니다.
두 가지 감정
의료소송의 감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진료기록감정: 법원이 대학병원 등 의료기관에 진료기록을 보내 해당 분야 전문의의 의견을 구합니다. 의료진의 처치가 당시 의료 수준에 맞았는지, 다른 처치를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등 과실과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 자료가 됩니다
- 신체감정: 환자가 직접 지정된 병원에 가서 진찰과 검사를 받고, 현재 장해의 정도, 노동능력 상실 비율, 앞으로 필요한 치료와 간병, 기존 질환의 영향 등을 평가받습니다. 손해액 계산의 기초가 됩니다
법원은 민사소송법의 감정 절차에 따라 감정인을 지정하거나 병원 등에 감정을 맡깁니다(감정 촉탁).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가 감정을 맡을지도 사건에 따라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질문이 답을 정한다: 감정 사항 구성
감정은 당사자가 제출한 '감정 신청 사항'에 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질문이 막연하면 답도 막연해집니다.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습니까"라고 묻기보다, "수술 후 ○시간 동안 활력징후 측정 간격은 당시 일반적인 관찰 기준에 맞습니까", "해당 시점에 영상 검사를 했다면 출혈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까"처럼 진료기록의 특정 장면을 짚어 묻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감정 신청 전에 진료기록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고, 관련 진료지침과 의학 문헌을 검토해 쟁점을 좁혀야 합니다. 이 단계의 준비가 감정 결과의 질을 좌우합니다.
결과가 불리하게 나왔다면
감정 결과가 곧 판결은 아닙니다. 법원은 감정 결과를 다른 증거와 함께 종합해 판단합니다. 감정서에 사실과 다른 전제가 있거나, 판단 근거가 부족하거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다음과 같이 대응할 수 있습니다.
- 감정의에게 추가 질문을 보내 판단 근거를 밝혀 달라고 요청하는 것(사실조회·감정보완 신청)
- 다른 진료과나 다른 의료기관에 대한 추가 감정 신청
- 의학 문헌과 진료지침을 제출해 감정 의견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
감정서는 대개 의료진의 처치를 존중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문장 하나하나의 의미를 따져 읽어야 합니다. "적절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와 "적절했다"는 법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신체감정을 앞둔 환자에게
신체감정은 환자가 직접 감정의를 만나는 자리입니다. 현재 겪는 불편과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과장하지도 줄이지도 말고 정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그동안의 치료 경과, 복용 약, 다른 병원 진단서를 정리해 가져가면 감정의가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감정 날짜가 증상 고정 전이라면 향후 변화 가능성도 함께 평가해 달라고 감정 사항에 넣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 전에 이미 승부가 시작된다
감정은 진료기록을 토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고 직후 기록을 빠짐없이 확보하는 일부터가 감정 준비의 시작입니다. 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을 거쳤다면 그 감정서도 소송에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절차를 택하든, 감정이 어떤 질문에 답하게 될지를 미리 생각하며 자료를 쌓는 것이 의료소송을 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감정 절차와 방식은 법원과 사건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근거 민사소송법 제333조 이하(감정), 제341조(감정의 촉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