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복용 뒤 간 손상으로 간이식 — 한의사와 한의원 대표원장에게 6,000만 원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결과 한약 복용 뒤 간 손상·간이식 → 한의사·대표원장 합계 6,000만 원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30대 남성으로, 체육 강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교통사고(접촉사고) 뒤 목 부위 통증이 계속되자 한의원을 찾았고, 진료한 한의사는 한약(청아지황탕) 10일분을 지어 아침저녁으로 먹으라고 했습니다. 의뢰인은 이후 여러 차례 통원 진료를 받았고, 약 2주 뒤 같은 한약 10일분을 추가로 처방받아 먹었습니다.
의뢰인에 따르면 한약을 먹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리고 열이 나며 속이 답답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오한과 기력 저하, 복통이 이어졌으며, 주위에서 안색이 나쁘다, 눈이 노랗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사이 한의원 진료에서는 통증만 확인했을 뿐 한약 부작용을 묻거나 살피지 않았다는 것이 의뢰인 측 주장입니다.
마지막 한약을 다 먹고 열흘쯤 지나 오한과 몸살로 동네 의원에서 피를 뽑아 보니 간 수치가 수천 단위로 치솟아 있었습니다. 몇 달 전 건강검진에서는 정상이었던 수치입니다. 의뢰인은 곧바로 대학병원에 입원했고, 진료기록에는 독성 간염과 전격성(급격히 진행하는) 간부전이 진단명으로 적혀 있습니다.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겨 생체 간이식 수술을 받았고, 이후에도 간 수치가 올라 두 차례 더 입원했습니다. 의뢰인은 소송 전 의료분쟁 조정 절차를 신청했다가 취하하고, 진료한 한의사와 한의원 대표원장(사용자)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쟁점
첫째, 간 손상이 한약 때문인지입니다. 한약을 먹기 전 간 기능은 정상이었고, 한약을 다 먹은 직후 간 수치가 급격히 오른 경과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습니다.
둘째, 한의사가 주의의무를 다했는지입니다. 한약에도 간에 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약재가 있으므로, 복용 중 이상 증상을 살피고 필요하면 검사·감량·중단하거나 검사가 가능한 병원으로 보내야 했는지, 이상 증상이 생기면 복용을 멈추라는 등 요양방법을 알려 주었어야 했는지가 다퉈졌습니다.
한의원 측은 의뢰인이 간 손상 진단 직전에 시판 감기약을 먹었고 이것이 원인이라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의뢰인이 원래 자가면역성 간염 상태였거나, 과거 바이러스 감염이나 진통소염제가 원인이 되었을 것이고, 감기약이 이를 악화시켰다는 주장도 냈습니다.
태신의 조력
진료기록 감정 결과로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다
태신은 소송 중 이뤄진 진료기록 감정 결과를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감정의는 처방 한약의 구성 약재인 보골지에 의한 약물성 간 손상과 그로 인한 급성 간부전, 간이식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국제적인 약물 인과성 평가 기준으로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회신했습니다. 간부전의 다른 위험 요인은 배제되고, 두 대학병원의 최종 진단도 한약에 의한 간 손상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감기약·자가면역성 간염 주장을 반박하다
20일 넘게 먹은 한약이 아니라 성분이 알려진 소량의 일반 감기약이 하루 만에 정상이던 간 수치를 수천 단위로 끌어올렸다는 주장은 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내 한의원 방문 전까지 간 기능 이상이 없었음을 보여 주었고, 두 대학병원 모두 자가면역성 간염 등 다른 원인을 진단한 적이 없다고 짚었습니다. 한의사가 처방 전후 간 기능을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으니 설령 그런 질환이 있었더라도 알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추가 처방과 감시·지도 소홀을 짚다
두 번째 처방에 약재가 더해져 약효와 간독성 가능성이 함께 커졌다는 점, 감정의가 복용을 마친 뒤에도 2주 이상 간 손상 위험을 살펴야 한다고 한 점을 근거로, 한의사에게 감시 의무와 요양방법 지도 의무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의뢰인이 증상을 간 문제로 의심하지 못하고 감기약을 먹은 것 자체가 제대로 된 지도를 받지 못한 증거라고 짚고, 관련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습니다.
신체감정으로 손해를 다시 계산하다
태신은 신체감정을 신청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일실소득을 산정하고 간이식 뒤 필요한 정기 추적 관찰과 합병증 위험을 향후 치료비로 정리했습니다. 재직증명과 입원 기간 자료, 수술 뒤 사진을 내 젊은 나이에 간이식을 받은 고통과 직업상 어려움도 위자료 사정으로 밝혔습니다.
사건의 결과
법원은 판결 대신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법원이 양측 사정을 고려해 직접 정한 조정안)을 내렸습니다. 한의원 대표원장과 진료 한의사가 의뢰인에게 합계 6,000만 원을 정해진 날까지 지급하고, 의뢰인은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는 내용입니다. 소송비용과 조정비용은 각자 부담합니다. 과실을 하나하나 판단한 결정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