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도 돈을 못 받을 때 — 강제집행, 병원 재산과 보험금,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긴 소송 끝에 판결을 받아도 병원이 돈을 주지 않으면 피해 회복은 끝나지 않습니다. 큰 병원은 대개 보험이나 재원으로 지급하지만, 작은 의원이 폐업했거나 원장이 재산을 정리한 경우에는 받는 단계가 소송만큼 어려울 수 있습니다. 판결 이후 쓸 수 있는 수단을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먼저 '집행권원'이 있어야 한다
강제집행은 국가가 강제로 돈을 받아 주는 절차이고, 그 출발점은 집행권원(강제로 받아 낼 수 있음을 공적으로 확인한 문서)입니다. 확정판결뿐 아니라 가집행 선고가 붙은 판결, 성립한 의료분쟁 조정, 법원의 화해조서와 확정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도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어 집행할 수 있습니다. 1심 판결에 가집행 선고(확정 전이라도 미리 집행할 수 있다는 표시)가 붙었다면 병원이 항소하더라도 확정 전에 집행을 시작할 수 있고, 이때 병원은 담보를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산을 찾는 절차
- 재산명시: 법원이 병원(채무자)에게 재산목록을 내도록 명령합니다(민사집행법 제61조)
- 재산조회: 재산명시로도 부족하면 법원이 금융기관 등에 채무자 명의 재산을 조회합니다(제74조)
- 채무불이행자명부: 판결 확정 후 6개월 안에 갚지 않는 등의 경우 등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70조)
병원에서 압류할 수 있는 것
병원 건물·토지나 예금 외에 실무에서 자주 검토하는 것이 요양급여비용 채권, 즉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을 진료비입니다. 이 채권은 현행법상 압류가 금지된 채권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공단을 상대로 병원 몫의 진료비를 압류할 수 있고, 실무에서는 다달이 생기는 앞으로의 진료비 채권까지 압류하거나 피해자에게 넘겨받는 명령(전부명령)을 신청하기도 합니다. 병원 입장에서 운영 자금이 묶이는 것이라 지급을 이끌어 내는 효과가 큰 편입니다. 개인 의원은 원장 개인이 개설자이므로 폐업했더라도 원장 개인 재산이 대상이 됩니다.
보험사에 직접 청구하기
병원이나 의사가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면 피해자는 보험사에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724조 제2항). 병원이 지급을 미루더라도 보험금 범위 안에서는 보험사를 상대로 받을 길이 열리는 셈입니다. 판결 전이라도 상대 병원의 보험 가입 여부와 보험사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끝내 못 받으면: 손해배상금 대불제도(현행)
현행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에 따라, 2012. 4. 8. 이후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중재원 조정 성립이나 중재판정, 소비자원 조정조서, 법원의 확정판결로 정해진 배상금을 받지 못하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대신 지급(대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중재원은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병원에 그 돈을 받아 냅니다(구상).
- 대상: 확정된 손해배상금 중 받지 못한 금액. 조정·소송 비용과 판결 이후 지연손해금은 제외됩니다
- 서류: 대불청구서, 판결정본·조정조서 등 집행권원, 손해배상금 미지급 확인서, 병원에 지급을 청구했다는 증명(내용증명 등), 채무자 재산조회 결과 자료 등
- 재산조회 결과를 요구하므로, 대불을 염두에 두더라도 강제집행 절차를 먼저 밟아 두어야 합니다
2027년 5월 이후: 대불 삭제, 책임보험 의무화
2027. 5. 27. 시행 예정인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책임보험이나 책임공제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대불제도를 삭제합니다. 보험 의무화로 받을 재원은 넓어지지만, 보험에 들지 않았거나 보험 한도를 넘는 부분을 어떻게 메울지는 하위법령과 운영을 지켜봐야 합니다. 시행 전 지금 받지 못한 배상금이 있다면 대불 청구 가능 여부를 서둘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덧붙여, 의사가 개인파산을 하더라도 고의로 한 불법행위나 중대한 과실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침해해 생긴 손해배상 채무는 면책되지 않습니다(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3호·제4호). 일반 과실이라면 면책될 수 있어, 상대방의 파산 신청 소식을 들었다면 바로 대응을 검토해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회수 가능성은 상대방의 보험 가입과 재산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민사집행법 제61조, 제70조, 제74조, 상법 제724조 제2항, 민사조정법 제34조 제4항,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3호·제4호,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47조(현행), 같은 법(2026. 5. 26. 법률 제21694호로 개정, 2027. 5. 27. 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