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간호조무사의 잘못, 병원과 의사는 어디까지 책임지나 — 사용자책임과 지도·감독 의무
입원 환자가 가장 많이 접하는 의료인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입니다. 주사와 투약, 활력징후(혈압·맥박·체온·호흡) 측정, 체위 변경, 낙상 예방이 대부분 이들의 손을 거칩니다. 그래서 사고도 이 과정에서 자주 생깁니다. 이때 가족은 "간호사 실수인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병원의 책임과 의사의 책임은 근거와 범위가 다르므로 나눠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병원은 직원의 잘못에 책임을 진다
민법 제756조는 다른 사람을 고용해 일을 시키는 사람(사용자)은 그 직원이 업무를 하다 다른 사람에게 끼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병원 개설자는 간호사·간호조무사의 사용자이므로, 이들이 진료 과정에서 잘못을 저질러 환자가 다쳤다면 병원이 배상책임을 집니다. 또 병원은 환자와 진료계약을 맺은 당사자이므로,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저지른 잘못은 병원 자신의 잘못과 같이 취급됩니다(민법 제391조).
제756조에는 사용자가 직원을 뽑고 감독하는 데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면 책임을 면한다는 단서가 있지만, 이는 병원이 스스로 증명해야 할 사항입니다. 간호사 개인도 법적으로는 배상책임을 질 수 있으나, 실제 소송에서는 병원을 상대로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다른 환자의 약을 잘못 투여했거나, 낙상 위험이 높다고 평가해 놓고도 침대 난간을 올리지 않았거나, 혈압이 크게 떨어졌는데 의사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담당 간호사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병원을 상대로 청구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고, 누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는 소송 과정에서 진료기록과 근무표로 확인해 나가게 됩니다.
의사는 간호사의 잘못까지 책임지나
간호사의 진료 보조는 의사의 지도 아래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렇다고 의사가 모든 주사 현장에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뇌출혈 수술 뒤 머리에 배액관(고인 액체를 빼내는 관)을 꽂고 있던 70세 환자에게 의사가 정맥주사를 지시했는데, 간호사가 이를 간호실습생에게 맡겼고 실습생이 배액관을 정맥 수액관으로 잘못 알고 약을 넣어 환자가 사망한 사건을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1도3667 판결).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된 형사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의사가 현장에 입회해야 하는지는 보조행위의 유형만으로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그 행위의 위험성과 부작용, 환자의 상태,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같은 주사가 그전까지 문제없이 이루어져 왔고, 의사로서는 간호사가 실습생에게 주사를 맡길 것까지 예상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들어 의사의 형사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검사의 상고 기각). 반대로 위험성이 큰 처치나 상태가 불안정한 환자라면 의사가 직접 하거나 지켜봐야 할 의무가 인정될 여지가 커진다고 이해됩니다.
의사가 책임을 벗어도 병원 책임은 남을 수 있다
위 판결은 의사 개인의 형사책임에 관한 것입니다. 의사에게 과실이 없다고 판단되더라도, 간호 인력의 잘못이 인정되면 병원은 사용자로서 민사상 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고 이해됩니다. 형사 절차의 결론이 곧바로 민사 결론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업무 범위와 감독 체계도 쟁점이 된다
실습생이나 경험이 적은 인력에게 위험한 처치를 맡겼는지, 간호조무사가 자기 업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했는지, 이상 징후를 의사에게 제때 보고하는 체계가 있었는지도 따져 볼 대목입니다. 개인의 실수를 넘어 병원의 인력 배치와 감독 체계가 부실했다는 점을 함께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확인해 두어야 할 기록
- 의사 지시(오더) 시각과 간호사가 실제로 수행한 시각
- 투약기록: 약 이름, 용량, 투여 경로, 투여자
- 간호기록의 활력징후와 의사 보고(노티) 기록
- 낙상 위험 평가, 욕창 위험 평가, 체위 변경 기록
- 사고 당일 근무표: 누가 담당 간호사였고, 실습생이 있었는지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민법 제391조, 제750조, 제756조,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1도366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