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로 생긴 의료사고, 책임은 어떻게 따지나 — 2026년 제도와 쟁점
화면이나 전화로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받는 비대면 진료가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 화면 너머 진찰로 병을 놓치거나 약이 잘못 처방되었다면 책임은 어떻게 따질까요. 법으로 정해진 제도의 뼈대와 책임 판단의 쟁점을 정리합니다.
법으로 정한 비대면 진료의 뼈대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허용된 뒤 정부 시범사업 형태로 이어져 왔습니다. 이를 법률로 옮긴 의료법 개정안이 2025. 12. 2.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5. 12. 23. 공포되었고, 공포 후 1년이 지난 2026. 12. 24.부터 시행됩니다. 정부 발표와 보도에 따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대면 진료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의원급 의료기관과 재진 환자 중심으로 실시(희귀질환자 등은 병원급도 예외적으로 허용)
- 같은 증상으로 대면 진료를 받은 기록이 없는 환자는 지역과 처방 범위를 제한
- 마약류 등은 처방할 수 없고, 환자 정보가 충분하지 않으면 처방할 수 있는 약의 종류와 처방일수를 더 제한
- 의료인이 비대면 진료의 특성과 한계를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절차와 의료인의 법적 책임 범위를 명시
- 다른 사람인 것처럼 속이거나 의료인을 속여 약을 처방받는 행위 금지
- 비대면 진료 중개 앱 등은 신고·인증 대상
세부 기준은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서 정해지므로 실제 적용 기준은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판단 기준은 대면 진료와 다를까
대법원은 의사의 주의의무를 진료 당시 통상의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인정되는 의학 상식을 기준으로 하되, 진료 환경과 조건 등을 고려해 규범적으로 판단한다고 합니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18다263434 판결 등). 비대면 진료도 이 틀에서 판단될 것으로 이해됩니다. 참고로 의료인 사이의 원격의료(멀리 있는 의사가 현장 의료인에게 의료 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를 다룬 의료법 제34조는 원격지 의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해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진다고 하면서도, 현장 의사가 그 지원에 따라 의료행위를 했다면 원격지 의사의 과실이 명백하지 않은 한 현장 의사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쟁점은 '화면으로 볼 수 있는 한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입니다. 비대면이라고 기준이 낮아진다기보다, 화면이나 전화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증상이라면 대면 진료나 응급실 방문을 권하는 것까지 의사가 해야 할 일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이해됩니다. 개정법이 특성과 한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책임이 문제 되는 장면
- 진찰 한계를 넘은 경우: 가슴 통증, 심한 복통, 갑작스러운 신경 증상처럼 직접 진찰이나 검사가 필요한 증상인데 비대면으로만 진단·처방하고 대면 진료를 권하지 않은 경우
- 처방 사고: 복용 중인 약, 약물 부작용 경험, 임신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고 처방한 경우
- 기록 부실: 무엇을 묻고 무엇을 권했는지 진료기록에 남지 않은 경우. 비대면 진료도 진료기록 작성 의무(의료법 제22조)의 대상입니다
환자 쪽 사정도 따진다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말하는 증상과 화면에 비친 모습에 크게 의존합니다. 환자가 증상을 사실과 다르게 말했거나 대면 진료 권유를 따르지 않았다면, 법원은 이를 이유로 배상액을 일부 줄일 수 있습니다(과실상계, 피해자 쪽 잘못만큼 배상액을 줄이는 것). 반대로 의사가 충분히 묻지 않아 정보가 빠졌다면 그 부담을 환자에게 돌리기는 어렵다고 이해됩니다.
앱·통신 문제는 아직 열린 영역
영상이 끊기거나 앱 오류로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것처럼, 비대면 진료에는 대면 진료에 없는 위험이 있습니다. 이때 의료기관, 앱 운영사, 장비 중 어디에 책임이 있는지는 아직 판례가 쌓이지 않았습니다. 진료 내용 자체에 대한 책임은 원칙적으로 진료한 의료기관에 있다고 이해되지만, 앱의 오류가 사고에 영향을 주었다면 운영사의 책임도 따로 따져 볼 수 있습니다.
비대면 진료를 받을 때 남겨 둘 것
- 진료 일시, 의료기관명과 진료한 의사 이름이 보이는 앱 화면
- 앱 대화 내용, 문진표에 적은 내용, 처방전과 약 봉투
- 의사가 대면 진료나 검사를 권했는지와 그 표현
- 증상이 나빠진 뒤 받은 대면 진료 기록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비대면 진료의 세부 기준은 개정 의료법(2026. 12. 24. 시행)의 하위법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의료법(2025. 12. 23. 공포, 2026. 12. 24. 시행, 비대면진료 제도화 개정), 의료법 제22조, 제34조,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18다26343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