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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LAW · 변호사칼럼
의료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의료사고 손해배상의 쟁점과 판례를 변호사가 정리했습니다.

온라인 후기와 의료기관 명예훼손, 민사에서는 어떻게 판단하나 — 사실과 의견, 공익성, 상당한 이유, 삭제 청구

진료에 불만을 가진 환자나 가족이 지역 커뮤니티, 포털 리뷰,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일은 이제 흔합니다. 진료 경험을 나누는 글은 다른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되기도 하므로, 부정적인 내용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적 대응의 대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퍼지거나 같은 비방이 반복되는 경우입니다. 이 글은 민사 손해배상과 삭제 청구에서 법원이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를 정리합니다. 명예훼손 고소 등 형사 절차는 별도로 안내합니다.

병원도 명예와 신용을 침해당할 수 있다

명예훼손은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의 객관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의사 개인뿐 아니라 의료법인 같은 법인도 명예와 신용을 침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비방 광고로 회사의 인격, 명예, 신용이 훼손된 데 대한 손해배상과 광고 중지 청구를 인정한 원심을 수긍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3다40614 판결).

사실을 적시한 것인가, 의견을 말한 것인가

대법원은 명예훼손이 사실을 적시하는 표현뿐 아니라 의견이나 논평을 표명하는 표현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의견 자체가 옳은지, 객관적으로 정당한지는 판단 기준이 아니고, 그 의견의 전제가 된 사실이 중요한 부분에서 진실인지가 기준이 됩니다. 사실인지 의견인지는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글 전체의 흐름, 문구의 연결 방식, 더 넓은 문맥을 함께 보아 판단합니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31356 판결).

예를 들어 "설명이 성의 없게 느껴졌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는 주관적 평가에 가깝습니다. 반면 "수술 중에 집도의가 자리를 비웠다", "면허 없는 직원이 시술했다"처럼 증거로 진위를 가릴 수 있는 구체적 내용은 사실 적시로 다뤄지기 쉽습니다.

공공의 이익, 진실, 그리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

민사상 명예훼손이라도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고 목적이 오로지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작성자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 대법원의 오랜 기준입니다(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98다31356).

의료 서비스에 관한 후기는 다른 환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보라는 점에서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고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형사 사건이지만, 대법원은 산후조리원 이용자가 자신이 겪은 사실을 바탕으로 쓴 후기에 대해 주된 목적이 다른 소비자에게 정보를 주려는 데 있다면 환불 요구 같은 다른 동기가 섞여 있어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로 본 원심을 파기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10392 판결). 본인의 실제 경험을 쓴 글과,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단정적으로 옮긴 글은 평가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삭제 청구는 손해배상과 기준이 다르다

대법원은 명예를 위법하게 침해당한 사람이 손해배상(민법 제751조)이나 명예회복 처분(제764조)과 별도로 인격권인 명예권에 근거해 현재의 침해를 없애거나 장래의 침해를 막기 위한 금지를 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삭제 청구는 표현 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 아니어서 현재 명예가 중대하고 현저하게 침해받고 있는지를,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을 비교하며 판단합니다. 작성자가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정은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사유가 될 수는 있어도 삭제 청구를 막는 사유는 아니라고 했습니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0950 판결).

같은 판결은 허위라는 점의 증명책임은 삭제를 구하는 쪽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막연한 의혹을 제기하는 쪽은 그 의혹을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피해자는 그 자료의 신빙성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허위성을 증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소송과 별도로, 게시판 운영자에게 침해 사실을 소명해 삭제를 요청하면 운영자는 판단이 어려울 때 30일 이내의 임시조치(일시적 접근 차단)를 할 수 있습니다(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대응할 때 하지 말아야 할 일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민법 제751조, 제764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의료법 제19조,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대법원 1996. 4. 12. 선고 93다40614 판결, 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31356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10392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095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