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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LAW · 변호사칼럼
의료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의료사고 손해배상의 쟁점과 판례를 변호사가 정리했습니다.

병원 측 의료소송, 패소를 가르는 것은 기록이다 — 작성 원칙, 수정 이력과 접속기록, 기록 공백의 위험

의료소송에서 법원은 수술실에 있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있었는지는 진료기록, 간호기록, 검사 결과, 동의서로 재구성됩니다. 진료가 적절했더라도 그 사실이 기록에 남아 있지 않으면 법정에서 증명하기 어렵고, 사고 뒤 기록을 손대면 적절했던 진료까지 의심받게 됩니다. 병원 측 방어가 기록에서 시작해 기록에서 끝나는 이유를 정리합니다.

의료법이 요구하는 기록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간호기록부 등 진료에 관한 기록을 갖추고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과 치료 내용 등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해야 합니다(의료법 제22조 제1항). 이 기록은 전자의무기록을 포함해 보존해야 하고, 추가로 적거나 고친 경우에는 고친 기록과 고치기 전 원본을 모두 보존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보존기간은 진료기록부와 수술기록이 10년, 간호기록부와 검사 소견기록, 영상 기록이 5년 등입니다(의료법 시행규칙 제15조).

고치는 것 자체가 금지는 아니다, 그러나 흔적이 남는다

의료법은 진료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 기재·수정하는 것을 금지합니다(제22조 제3항). 잘못 적은 내용을 바로잡는 것까지 막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도 전자의무기록을 추가 기재·수정한 경우에는 접속기록을 별도로 보관해야 합니다(제23조 제4항). 2026. 6. 9. 공포된 개정 의료법(법률 제21776호)이 2026. 12. 10. 시행되면 처음 기재한 경우와 열람만 한 경우에도 접속기록을 보관해야 합니다. 아직 시행 전이고, 구체적인 보관 방법은 하위법령(보건복지부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고 뒤 누가 언제 기록을 열어 보고 고쳤는지가 지금보다 더 분명하게 드러나게 된다는 뜻입니다.

사후 수정은 법정에서 이렇게 평가된다

대법원은 의사 측이 진료기록을 변조한 행위는 그 이유에 대해 상당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공평의 원칙이나 신의칙에 어긋나는 입증방해행위에 해당하고, 법원은 이를 하나의 자료로 삼아 의사 측에 불리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39567 판결). 이 사건에서는 진단명 일부가 볼펜으로 덧칠되어 원래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된 점이 수술 과정의 과실을 추정하는 자료 가운데 하나로 쓰였습니다.

그 뒤 대법원은 이런 경우에도 증명책임이 바뀌거나 상대방 주장이 곧바로 증명된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니고, 고친 내용이 거짓인지는 고친 시점과 사유, 그 부분의 중요도, 다른 자료와의 관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대법원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 결국 정정이 필요하면 언제, 누가, 왜 고쳤는지가 드러나는 방식으로 해야 하고, 사고 뒤 경위를 정리하고 싶다면 기존 기록을 고치지 말고 작성 일자를 밝힌 별도의 경위서로 남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록이 비어 있으면 증명도 비어 있다

기록하지 않은 관찰, 기록하지 않은 설명은 법정에서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설명의무에 대해 대법원은 의사가 설명 내용을 문서로 남기기 쉬운 반면 환자가 설명을 듣지 못했음을 증명하기는 극히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명의무를 이행했다는 증명책임이 의사 측에 있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동의서에 서명만 있고 무엇을 설명했는지가 적혀 있지 않다면 방어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경과 관찰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자 상태가 나빠지던 시간대의 활력징후나 간호 관찰 기록이 비어 있다면, 실제로는 살펴보았더라도 그 사실을 다른 증거로 보충해야 하는 부담이 병원에 생기는 것이 실무의 현실입니다.

성실한 진료의 증거도 결국 기록이다

대법원은 의료진이 일반인의 수인한도를 넘어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한 경우 그 자체로 위자료 책임이 생길 수 있지만, 그 점은 환자 측이 증명해야 하고 임상의학 수준에 맞는 진료였다면 불성실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306185 판결). 병원이 임상 수준에 맞게 진료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가장 직접적인 자료 역시 시각별로 남은 기록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의료법 제22조, 제23조(2026. 6. 9. 개정 법률 제21776호, 2026. 12. 10. 시행 예정 포함), 의료법 시행규칙 제15조,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39567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대법원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30618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