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사과는 법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 지금의 기준과 2027년 시행 개정법의 유감 표시 증거 제한
의료사고 직후 담당 의사가 "죄송합니다", "제가 좀 더 살폈어야 했는데"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족은 그 말을 책임 인정으로 받아들이지만, 막상 소송이 시작되면 병원은 "위로의 뜻이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사과의 말은 법적으로 어떤 무게를 가질까요. 지금의 기준과, 2027년부터 달라지는 부분을 나눠 보겠습니다.
지금은: 여러 증거 중 하나로 평가된다
현재 법에는 의료진의 사과를 어떻게 다룰지 따로 정한 규정이 없습니다.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모든 증거를 종합해 자유롭게 판단하므로(민사소송법 제202조, 자유심증주의), 사과의 말도 다른 증거와 함께 평가되는 자료 중 하나입니다. 법정 밖에서 한 인정은 법원을 구속하는 '자백'과 달리 여러 증거 중 하나로 평가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입니다.
그래서 같은 "죄송합니다"라도 무게가 다릅니다. 결과에 대한 위로나 안타까움을 표한 말이라면 과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투약 용량을 잘못 확인했다"처럼 구체적인 잘못을 특정한 말이라면 진료기록·감정 결과와 맞물려 유력한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사과 자체보다 그 말에 담긴 '사실'이 더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말이 아니라 문서로 남은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이 사고 경위를 적은 확인서나 사과문을 건넸다면, 거기에 적힌 시각과 조치 내용은 진료기록과 대조할 수 있는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사과문에 "이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같은 문구가 함께 들어 있다면 사과가 아니라 합의서에 가까운 문서일 수 있으므로, 서명하기 전에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왜 사과를 따로 보호하자는 논의가 나왔나
의료진은 사과가 소송에서 과실을 인정한 증거로 쓰일까 봐 사고 뒤 소통을 피하고, 환자는 설명도 사과도 듣지 못해 분쟁이 커지는 악순환이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2018년 보건복지부가 환자안전 종합계획에 이른바 '사과법' 도입을 담았을 때, 미국은 38개 주가 비슷한 법을 두고 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당시에도 환자단체는 사과만 믿고 장례를 치렀다가 나중에 의료진이 말을 바꾸는 일이 없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2027년 5월부터: 유감 표시는 증거로 쓸 수 없다
2026. 5. 26. 공포된 개정 의료분쟁조정법(2027. 5. 27. 시행 예정, 하위법령 미확정)은 중대한 의료사고가 생기면 의료기관이 환자나 보호자에게 사고 내용을 설명하도록 하고, 제5조의2를 신설해 그 설명 과정에서 한 유감의 의사표시는 민사·형사 책임에 관한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했습니다. 설명은 의료기관이 사고를 안 날부터 7일 안에 하도록 정해져 있어, 환자 쪽에서는 지금보다 빨리 공식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게 됩니다. 의료진이 소송을 걱정하지 않고 먼저 다가와 설명하게 하려는 취지입니다.
보도된 조문 요지는 '설명 과정에서의 유감의 의사표시'를 대상으로 합니다. 사고 경위에 관한 사실 설명까지 증거에서 빠지는지, 공식 설명 자리 밖에서 한 말은 어떻게 다뤄지는지는 문언만으로 분명하지 않아 시행 후 해석을 지켜봐야 합니다. 시행 전인 지금은 이런 제한 규정이 없습니다.
환자와 가족이 기억할 점
- 사과의 말을 책임 인정이나 합의의 약속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사과가 있었다고 해서 부검이나 기록 확보를 미룰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 사과보다 사실을 묻기: 언제, 무엇이 있었고, 어떤 조치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질문하기
- 설명을 들은 날짜, 시각, 설명한 사람, 들은 내용을 그날 바로 적어 두기
-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대화 당사자라면 적법하지만, 녹음 사실이 관계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기
- 설명 내용이 진료기록과 다르면 기록 사본을 받아 대조하기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정법의 세부 내용은 하위법령 제정과 시행 후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민사소송법 제202조,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26. 5. 26. 법률 제21694호로 개정, 2027. 5. 27. 시행) 제5조의2,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