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 감정, 병원 측은 어떻게 대응하나 — 감정사항 설계, 감정의 선정, 보완 질의, 의학문헌과 진료지침
의료소송에서 법관은 의학 전문가가 아니므로, 다른 전문의가 진료기록을 검토해 의견을 내는 진료기록 감정이 판단의 핵심 자료가 됩니다. 법원이 감정 결과에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무에서 감정서의 무게는 매우 큽니다. 환자 측이 감정을 신청했다고 해서 병원이 지켜보기만 할 단계가 아닙니다.
감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감정을 신청하는 쪽은 감정을 구하는 사항, 즉 감정의에게 물을 질문을 서면으로 함께 내야 합니다. 이 서면은 상대방에게 보내지고, 상대방은 의견서를 낼 수 있으며, 법원은 그 의견을 고려해 감정사항을 정합니다(민사소송규칙 제101조). 실무에서는 법원이 대학병원 등 기관에 감정을 맡기는 방식(감정 촉탁, 민사소송법 제341조)이 많이 쓰입니다.
감정사항(질문) 설계가 절반이다
환자 측 질문만으로 감정이 진행되면 과실 여부만 묻고 다른 원인이나 결과를 피할 수 있었는지는 묻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병원은 의견서로 질문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 사고 당시의 의료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해 달라는 전제 명시
- 시점별로 나눈 질문: 진단, 처치, 경과관찰, 전원 각 단계의 적절성
- 기저질환의 자연경과와 다른 원인이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
- 지적된 조치를 했더라면 결과를 피할 수 있었는지, 그 가능성의 정도
- 해당 합병증이 적절한 조치에도 생길 수 있는 것인지, 알려진 발생 빈도
2023년 인과관계 추정 판결(2022다219427) 이후에는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의학적 경로가 막연한 가능성에 그치는지를 묻는 질문이 특히 중요해졌습니다. 답을 정해 두고 유도하는 질문은 법원이 걸러 내고 신뢰도도 떨어지므로, 중립적으로 묻는 것이 결과적으로 유리합니다.
감정의 선정과 기피
감정인은 법원이 지정합니다(민사소송법 제335조). 감정인이 성실하게 감정할 수 없는 사정이 있으면 당사자는 기피(교체 요청)를 할 수 있지만, 그 사정을 알면서 감정 의견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면 나중에는 기피할 수 없습니다(제336조). 감정 기관이나 감정의가 당사자 병원·의료진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면, 그것이 병원에 유리해 보이더라도 미리 알리는 편이 감정 결과의 신뢰를 지키는 길입니다.
감정서를 받은 뒤: 보완 질의와 설명 요구
법원은 감정 의견에 대해 당사자에게 서면이나 말로 의견을 낼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제339조 제3항). 감정서에 기록과 다른 사실 전제, 내부 모순, 답하지 않은 질문이 있다면 실무에서 '보완감정'이라 부르는 추가 질의를 신청하고, 필요하면 감정 기관이 지정한 사람에게 감정서를 설명하게 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제341조 제2항). 결론이 불리하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어느 전제가 왜 틀렸는지를 기록 쪽수와 함께 짚어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정 결과가 여럿이거나 서로 엇갈리면 법원은 다른 증거와 함께 종합해 판단합니다(민사소송법 제202조). 실무에서는 병원 의료진이 직접 쓴 의견서는 당사자의 주장으로 받아들여져 감정서만큼의 무게를 얻기 어려우므로, 그 내용을 감정 질의에 담아 감정의의 답을 받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의학문헌·진료지침은 양날의 칼
문헌은 사고 당시 기준의 판을 쓰고, 국내 학회 진료지침과 교과서처럼 공신력 있는 자료를 우선합니다. 다만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4다16968 판결 사건에서는 의사가 낸 논문이 부작용 예방을 위해 영상 보조기기 사용을 권고하고 있었는데 의사는 이를 쓰지 않았고, 대법원은 이런 사정을 들어 책임을 70%로 제한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제출 전에 문헌 전체가 우리 진료와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감정 절차의 구체적 운영은 법원과 사건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근거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335조, 제336조, 제339조, 제341조, 민사소송규칙 제101조,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4다1696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