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성 충수염 수술 지연과 수술 중 대장 천공으로 숨진 60대 — 병원 과실 인정, 약 7,640만 원 배상 판결 항소심까지 유지돼 확정
결과 수술 지연·수술 중 대장 손상 과실 인정 → 약 7,640만 원 배상 판결, 항소심 쌍방 항소 기각으로 확정
사건의 개요
의뢰인들은 6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난 남성 환자의 배우자와 세 자녀입니다. 환자는 일주일 넘게 이어진 복통으로 한방병원과 다른 병원을 거쳤고, 충수염 천공이 의심된다는 말을 듣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습니다. 대학병원은 CT 검사에서 충수(맹장 끝에 붙은 작은 관)에 미세한 구멍이 생긴 것으로 보고, 활력징후가 안정적이라며 바로 수술하지 않고 금식과 항생제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보존적 치료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입원 사흘째 새벽부터 열이 났고, 해열제를 써도 잘 떨어지지 않다가 다음 날 0시에는 39.8도까지 올랐습니다. 의료진은 처음 계획한 치료 기간을 채운 뒤에야 CT를 다시 찍었고, 충수 주위 고름(농양)이 늘어난 것을 확인한 다음 날 복강경으로 충수 절제와 고름 배출 수술을 했습니다. 그런데 수술 바로 다음 날 배액관으로 담즙 같은 장 내용물이 흘러나왔고, 응급 재수술에서 상행결장(대장의 오른쪽 부분) 한가운데에 구멍이 발견됐습니다. 이후에도 열이 계속돼 세 번째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직후 중환자실에서 갑자기 숨이 차며 심장이 멈췄습니다. 심폐소생술과 에크모 치료에도 회복하지 못해 가족은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했고, 환자는 입원 2주 만에 숨졌습니다.
쟁점
다툼의 핵심은 세 가지였습니다. 열이 나는 등 보존적 치료가 실패할 조짐이 보였는데도 수술을 늦춘 것이 과실인지, 첫 수술 중 의료진이 상행결장을 손상했는지, 그리고 이런 잘못이 사망으로 이어졌는지였습니다. 이 밖에 항생제 선택과 균 배양검사 시기, 보존적 치료를 고르기 전에 충분히 설명했는지도 다퉜습니다.
병원 측은 환자가 이미 천공성 충수염 상태로 왔기 때문에 곧바로 수술했다면 오히려 합병증과 사망 위험이 더 컸을 것이고,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했더라도 사망을 피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첫 수술 전까지 혈액검사 수치가 좋아지고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대장 천공에 대해서는 환자가 복용하던 약 때문에 저절로 생긴 궤양성 구멍이라며 수술과의 관련을 부인했습니다.
태신의 조력
의학 자료와 판례로 수술 시기의 원칙을 세우다
질병관리청 건강정보와 비슷한 사건의 판결을 제시해, 충수염은 수술 합병증보다 방치했을 때의 후유증이 훨씬 심각해 적극적인 수술이 원칙이고, 이미 구멍이 난 충수염은 수술로 감염원을 제때 없애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숨질 수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진료기록에서 열과 함께 먹고 마신 양에 비해 몸 밖으로 나간 양이 크게 적은 탈수 징후도 찾아내, 늦어도 39.8도의 고열이 난 시점에는 CT를 다시 찍고 수술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감정 회신과 전문심리위원 의견을 근거로 삼다
법원이 맡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진료기록감정의 회신과 전문심리위원 의견을 꼼꼼히 분석했습니다. 환자가 평소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해 면역력이 떨어져 있을 수 있었으므로 고열이 났을 때 곧바로 CT를 찍고 일찍 수술했다면 악화를 어느 정도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 첫 수술 때 고름을 빼내려 오른쪽 대장을 움직인 과정에서 수술 기술상 문제로 천공이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원용했습니다.
약 때문에 생긴 구멍이라는 주장에 맞서다
조직검사 결과에 궤양성 염증과 함께 천공에 따른 활동성 염증이 나타났다는 점, 궤양성 염증은 염증 모양을 나눈 이름일 뿐 약 때문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점, 약이 원인이라면 장 전체에 여러 곳 생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수술 부위 가까운 한 곳에만 구멍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습니다.
항소심에서 남은 쟁점을 다시 다투다
1심 판결에 대해 병원 측과 유족 측이 모두 항소했습니다. 항소이유서에서는 열이 난 뒤에도 균 배양검사가 늦어져 효과적인 항생제로 바꿀 기회를 놓쳤다는 점, 수술과 보존적 치료의 차이와 패혈증 위험을 충분히 설명받지 못했다는 점을 다시 주장했습니다.
사건의 결과
1심 법원은 보존적 치료를 고른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지만, 고열 등 치료 실패를 의심할 상황에서 바로 CT로 수술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예정한 기간을 채운 뒤에야 수술한 것은 과실이라고 보았습니다. 첫 수술 때 상행결장을 손상한 과실도 인정했습니다. 다만 항생제 처방과 설명의무 위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배우자와 세 자녀에게 합계 약 7,64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병원 측의 수술 지연·대장 천공 반론을 모두 배척했고, 유족 측의 추가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아 양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