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주사 직후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숨진 어머니 — 설명 없이 투약한 책임 인정, 항소심 위자료 3천만 원
결과 투약 전 설명의무 위반 인정(진료상 과실은 불인정) → 항소심 위자료 3천만 원 판결
사건의 개요
의뢰인들은 60대 후반에 세상을 떠난 여성의 세 자녀입니다. 망인은 허리 통증과 오한 등으로 대학병원 신장내과를 찾았다가 폐렴 소견이 나왔고, 병실이 없어 입원하지 못한 채 세프트리악손이라는 항생제 주사를 맞고 먹는 항생제를 처방받아 돌아갔습니다. 이 첫 투약 때 피부반응검사(약을 피부에 소량 넣어 알레르기 반응을 미리 보는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약 2주 뒤 망인은 전신 쇠약감이 심해져 혈액투석을 받으려고 같은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입원 약 2주째, 의료진은 청진에서 기관지 잡음이 들리자 폐렴에 준해 같은 항생제를 쓰기로 하고 수액에 섞어 정맥으로 투여했습니다. 망인은 투약 직후 심한 가슴 불편감을 호소해 투약이 중단됐지만, 1분 만에 심장이 멈췄습니다.
의료진은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했고, 심정지 약 8분 뒤부터 에피네프린(심장 박동을 되살리는 응급약)을 세 차례 투여했습니다. 약 16분 뒤 기관내삽관(기도에 관을 넣어 숨길을 확보하는 처치)에 실패했고, 약 17분 뒤 심장 박동이 돌아왔으며, 약 28분 뒤 삽관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망인은 저산소성 뇌손상(뇌에 산소가 끊겨 생긴 손상)으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약 1년 뒤 숨졌습니다. 법원은 심정지의 원인을 이 항생제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쇼크(약물 등에 대한 급격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로 인정했습니다.
쟁점
첫째, 투약 전에 피부반응검사를 다시 했어야 하는지가 다퉈졌습니다. 둘째, 심정지 뒤 에피네프린 투여와 기관내삽관이 늦어진 것이 과실인지, 그 지연이 뇌손상과 사망으로 이어졌는지가 문제였습니다. 셋째, 이 항생제가 드물지만 치명적인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환자에게 설명했는지, 즉 설명의무 위반이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병원 측은 이 계열 항생제에 대한 피부반응검사는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고 이미 한 번 검사해 이상이 없었다고 맞섰습니다. 또 폐렴 치료에 꼭 필요한 약이고 이상반응률도 낮아, 부작용을 설명했더라도 환자가 투약에 동의했을 것이므로 자기결정권(치료를 받을지 스스로 정할 권리)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에피네프린이 장기 생존이나 뇌 기능 회복에 주는 효과도 불분명하다고 다퉜습니다.
태신의 조력
의약품 정보와 문헌으로 설명의 필요성을 짚다
1심에서 태신은 법원의 알레르기내과 진료기록감정 회신을 근거로 아나필락시스가 신속히 대처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는 반응이라는 점을 정리했습니다. 이 항생제의 의약품 정보와, 같은 약을 여러 번 맞는 동안 처음에는 괜찮다가 나중에 즉시형 과민반응이 나타난 증례 보고를 제출해, 앞선 투약에서 문제가 없었더라도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항소심에서 경고 문구와 간호기록을 다시 제시하다
항소이유서에서는 의약품 안전정보에 실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적 없는 환자에서도 치명적인 아나필락틱 반응이 보고되었다"는 경고를 추가로 제출했고, 항소심은 이 사실을 판결에 보탰습니다. 또 간호기록을 바탕으로, 약이 몇 방울 들어간 직후 망인이 가슴이 뜨겁다고 호소하며 의식을 잃은 만큼 의료진이 쇼크를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응급의학과 진료기록감정을 신청하다
항소심에서 응급의학과 진료기록감정을 신청했고, "특별한 사유 없이 약 8분가량 에피네프린 투여가 지연됐으며, 지연이 나쁜 예후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아 응급조치 지연을 다퉜습니다. 참고서면에서는 1심이 심폐소생술 지침을 '여러 차례 가슴압박을 반복한 뒤 에피네프린을 쓰는 것'으로 잘못 읽었다고 지적하며, 망인처럼 무수축(심전도상 심장 전기활동이 없는 상태) 심정지에서는 에피네프린을 빨리 쓸수록 예후가 좋아지고, 이미 주사로가 확보돼 있어 투여를 늦출 사정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병원의 '설명했어도 동의했을 것' 주장을 반박하다
설명의무는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면제되지 않으며,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부작용이라면 드물어도 설명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병원 측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사건의 결과
1심 법원은 이 계열 항생제의 피부반응검사가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고 이미 한 번 검사해 이상이 없었다는 점, 후두 부종으로 삽관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피부반응검사와 응급조치에 관한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투약 전 아나필락시스 쇼크 위험을 설명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병원 측의 '설명했어도 동의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항소심도 응급조치 지연과 뇌손상·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에피네프린 투여가 늦어진 경위가 설명 없이 투여한 약의 부작용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는 점을 위자료 산정에 추가로 참작해, 위자료를 3천만 원으로 늘렸습니다. 이에 따라 병원은 세 자녀에게 모두 3천만 원을 지급하게 됐고, 병원 측 항소는 기각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