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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LAW · 변호사칼럼
의료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의료사고 손해배상의 쟁점과 판례를 변호사가 정리했습니다.

교통사고 뒤 의료사고, 여러 병원을 거쳤다면 — 공동불법행위와 책임 나누기

교통사고로 다친 사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수술 중 문제가 생기거나 진단이 늦어져 상태가 크게 나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처음 간 병원에서 이상을 놓치고, 옮겨 간 병원에서 처치가 늦어지는 식으로 여러 병원을 거치며 손해가 커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 가해 운전자, 자동차보험사, 각 병원의 책임은 어떻게 나뉠까요.

교통사고 가해자는 의료사고로 커진 손해까지 책임질 수 있다

대법원은 교통사고로 다친 피해자가 치료를 받던 중 의사의 과실로 증상이 나빠지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겨 손해가 커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커진 손해도 교통사고와 법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3. 1. 26. 선고 92다4871 판결). 교통사고가 없었다면 치료받을 일도, 그 과정의 의료사고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래서 가해 운전자와 그 보험사는 의료사고로 늘어난 부분까지 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공동불법행위'와 연대책임

같은 판결은 교통사고와 의료사고가 각각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객관적으로 관련되어 함께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힌 것이라면, 가해자들이 연대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민법 제760조 공동불법행위). 연대책임이란 피해자가 각 가해자에게 손해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피해자로서는 누가 몇 퍼센트 잘못했는지 먼저 나누지 않아도 되므로 배상을 받기가 쉬워집니다. 다만 받은 돈만큼은 다른 가해자의 배상액에서 빠지므로 이중으로 받을 수는 없습니다.

예외: 의사의 잘못이 아주 중대하다면

대법원 2000. 9. 8. 선고 99다48245 판결은 축구 골대 가로대에 배를 부딪혀 배 속에 출혈이 생긴 사람을, 의사가 급히 수술해야 할 상태임에도 가족의 요청에 따라 1시간 거리의 다른 병원으로 옮기게 했다가 수술이 늦어져 숨진 사건에서, 처음 사고로 다친 사람의 손해가 치료 중 의료사고로 커졌다면 의사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음 사고와도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의사의 잘못이 아주 중대한 경우에는 처음 사고를 낸 사람의 책임이 그 부분까지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같은 판결은 피해자 측의 과실을 따질 때도 가해자마다 따로 계산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평가한다고 했습니다.

보험사와 병원 사이의 정산

공동불법행위자 중 한쪽이 손해를 전부 배상하면, 다른 가해자에게 그의 몫만큼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92다4871 판결은 자동차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전액을 지급한 경우 보험사가 병원 등 다른 가해자에게 그 몫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상법 제682조). 이 정산은 가해자들끼리의 문제이므로 피해자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닙니다.

여러 병원을 거친 경우

1차 병원의 진단 지연과 2차 병원의 처치 지연이 겹쳐 결과가 나빠졌다면, 각 병원의 잘못이 결과에 어떻게 기여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각 행위가 객관적으로 관련되어 하나의 손해를 만들었다면 공동불법행위로 볼 여지가 있고, 여러 사람 중 누구의 행위로 손해가 생겼는지 알 수 없는 경우에도 법은 연대책임을 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760조 제2항). 실무에서는 병원별 진료기록을 한데 모아 시간 순서로 겹쳐 보는 작업이 출발점입니다.

이 경우 모든 병원을 함께 상대로 할지, 잘못이 분명한 병원만 상대로 할지는 증거 상황에 따라 정합니다. 처음 사고를 낸 가해자가 있다면 그 가해자와 보험사도 함께 고려 대상이 됩니다. 어느 한쪽만 상대로 했다가 그쪽 책임이 인정되지 않으면 다시 다른 쪽을 상대로 소송을 내야 하므로, 청구 기간이 지나기 전에 전체 그림을 그려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합의할 때 주의할 점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민법 제750조, 제760조, 상법 제682조, 대법원 1993. 1. 26. 선고 92다4871 판결, 대법원 2000. 9. 8. 선고 99다4824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