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도중 환자가 사망하면 — 소송을 이어받는 절차(수계)와 청구 변경
의료사고로 크게 다친 환자가 소송을 시작했는데,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상태가 나빠져 숨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슬픔 속에서 가족은 "소송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민사소송은 끝나지 않고 상속인이 이어받습니다. 다만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하고, 청구 내용도 사망에 맞게 다시 짜야 합니다.
소송은 멈추고, 상속인이 이어받는다
민사소송법 제233조 제1항은 당사자가 죽으면 소송절차가 중단되고, 상속인 등이 소송절차를 이어받아야(수계) 한다고 정합니다.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는 재산권이므로 상속인에게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상속인이 여럿이면 일반적으로 각자의 상속분에 따라 권리를 나눠 이어받습니다.
상속인은 상속을 포기할 수 있는 기간 동안에는 소송을 이어받지 못합니다(제233조 제2항). 고인에게 빚이 많아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물려받은 재산 한도에서만 빚을 갚는 것)을 고민하는 경우라면 그 결정이 먼저입니다. 수계 신청은 상대방인 병원 쪽도 할 수 있습니다(제241조).
변호사가 있었다면 중단되지 않는다
환자가 소송대리인(변호사)을 두고 있었다면 소송절차는 중단되지 않습니다(제238조). 대법원은 이런 경우 판결문에 고인의 이름이 그대로 적혀 있더라도 그 판결의 효력은 상속인 모두에게 미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1995. 9. 26. 선고 94다54160 판결). 그렇더라도 누가 상속인인지 법원에 알리고 수계 절차를 밟아 두는 것이 이후 강제집행이나 상소에서 혼란을 줄입니다. 판결에 불복해 상소할 때에도 상속인들이 절차를 이어받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사망 원인에 따라 청구가 달라진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사망이 의료사고 때문인지입니다.
- 의료사고로 숨졌다고 볼 수 있는 경우: 장해를 전제로 한 청구를 사망 손해로 바꿉니다. 장례비가 더해지고, 환자 본인의 위자료도 사망을 기준으로 다시 주장하며, 일하지 못하게 된 손해(일실수입)도 사망을 전제로 다시 계산합니다
- 사고와 관계없는 원인으로 숨졌다고 볼 경우: 사망 이후에는 실제로 들지 않게 된 간병비나 향후 치료비는 청구에서 줄여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청구를 바꾸는 것은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않는 한 변론을 마칠 때까지 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262조). 사망 원인 자체가 다툼이 되면 사망 경위에 관한 진료기록감정을 추가로 신청하거나, 사망 직후 부검 여부를 신속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에서는 "당초 사고로 생긴 장해가 사망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가"처럼 구체적으로 물어야 판단에 쓸 수 있는 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망과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사망 전까지 생긴 치료비·간병비와 장해에 대한 손해는 여전히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가족 자신의 위자료는 따로 챙겨야 한다
생명이 침해된 경우 배우자, 자녀, 부모는 고인의 권리를 상속받는 것과 별도로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752조). 이 권리는 상속이 아니라 가족 자신의 권리이므로, 기존 소송에 원고로 들어가 있지 않았다면 실무에서는 별도의 소를 내고 기존 사건과 함께 심리해 달라고 신청하는 방법을 씁니다. 이 청구에도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등의 기간 제한(민법 제766조)이 있으므로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이 지금 할 일
- 사망진단서(시체검안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 상속관계 서류 발급하기
- 상속 포기·한정승인을 할지 먼저 결정하기(상속 개시를 안 날부터 3개월)
- 사망 직전 입원 기록과 사망 경위 기록을 추가로 확보하기
- 소송을 맡은 변호사가 있다면 사망 사실을 바로 알리고, 청구 변경과 가족 위자료 청구 계획을 함께 세우기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민사소송법 제233조, 제238조, 제241조, 제262조, 민법 제752조, 제766조, 제1019조, 대법원 1995. 9. 26. 선고 94다5416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