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이 고쳐졌다면 — 변조·사후 기재가 의료소송에서 갖는 의미
의료사고 뒤 진료기록을 받아 본 가족이 "그날 들은 설명과 기록 내용이 다르다", "사고 시각 전후 기록만 글씨체가 다르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료기록은 의료소송에서 과실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이기 때문에, 기록이 사후에 고쳐졌다면 그 자체가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법은 이를 어떻게 다루고, 법원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법이 정한 진료기록 의무
의료법 제22조는 의료인에게 환자의 증상, 진단, 치료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도록 하고, 진료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로 적거나 수정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를 어기면 징역형까지 가능한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2018년 개정으로 진료기록을 추가 기재하거나 수정한 경우에는 수정된 기록과 함께 수정 전 원본까지 보존해야 하고, 전자의무기록(병원 전산 차트)은 접속기록을 별도로 보관해야 합니다(제22조, 제23조).
대법원: 변조는 '입증방해'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목 디스크(경추) 수술 직후 마비가 생긴 사건에서, 의사 측이 진료기록을 변조한 행위는 그 변조 이유에 대해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당사자 사이의 공평 원칙이나 신의칙(서로 믿음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는 입증방해 행위(상대방의 증명을 어렵게 만드는 행위)이고, 법원은 이를 하나의 자료로 삼아 자유로운 판단에 따라 의사 측에 불리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39567 판결).
변조가 드러나면 법원이 병원 측 주장 전반의 신빙성을 낮게 볼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실무에서는 필체나 잉크의 차이, 먼저 받은 사본과 나중 사본의 불일치, 전산 기록의 작성·수정 시각이 변조를 의심하는 단서가 됩니다.
그렇다고 증명책임이 넘어가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에서도 의료진이 사후에 진료기록을 허위로 덧붙이거나 고친 경우 같은 법리를 확인하면서, 그렇다고 곧바로 증명책임이 병원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기록 내용이 허위인지는 수정한 시점과 이유, 수정된 부분의 중요성, 다른 의료진의 기록 등 관련 자료, 질병의 자연스러운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환자 측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변조가 인정되면 환자 측에 유리한 강한 정황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소송에서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과실과 인과관계는 여전히 다른 증거와 함께 증명해야 하므로, 변조 주장은 진료상 과실 주장과 함께 짜여야 합니다.
모든 수정이 변조는 아니다
응급 상황에서는 처치를 먼저 하고 기록을 나중에 몰아서 쓰는 일이 흔하고, 단순 오기 정정도 있습니다. 사후 기재 자체가 곧 위법은 아니며, 기록이 부실하다고 해서 곧바로 허위로 보지는 않는 것이 법원의 대체적인 태도입니다. 결국 핵심은 언제, 왜 고쳤는지, 그리고 고친 내용이 모니터 출력, 간호기록, 검사 결과 같은 객관적 자료와 맞는지입니다.
한 법률칼럼에 소개된 하급심 사건(항소심 2021. 12. 9. 선고 2021나2005025 판결)에서는 신생아 수술 중 이상이 생긴 뒤 담당 마취의가 마취기록에서 특정 약물 투여 기재를 삭제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병원은 기록 양식을 복사해 붙이다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뒷받침할 자료가 없었고, 법원은 합리적 이유 없는 삭제를 입증방해로 보고, 그 약물이 실제로 투여됐다고 판단하는 근거 중 하나로 삼았습니다.
기록이 의심된다면 지금 할 일
- 사고 직후 가능한 한 빨리 전체 진료기록 사본을 발급받기(의료법 제21조). 시점이 빠를수록 이후 수정 여부를 비교하기 쉽습니다
- 전자의무기록이라면 수정 전 원본과 수정 이력, 접속기록을 함께 요청하기
- 의사 경과기록, 간호기록, 마취기록, 투약기록, 활력징후 출력물의 시각을 서로 대조하기
- 병원에서 들은 설명을 날짜·시각·설명한 사람과 함께 그날 바로 적어 두기
- 받은 사본에는 직접 표시하거나 메모하지 말고 원래 상태 그대로 보관하기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의료법 제21조, 제22조, 제23조,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39567 판결, 대법원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