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진료기록을 주지 않거나 미룰 때 —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무엇을 근거로 요구하나
의료사고를 의심하면 가장 먼저 진료기록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병원이 "담당 교수 확인이 필요하다", "일부만 줄 수 있다"며 미루거나 거부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때 환자가 기댈 수 있는 법은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두 가지입니다. 두 법이 어떤 관계인지 알면 더 분명하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기록을 요구하는 두 가지 근거
의료법 제21조는 환자가 본인에 관한 기록의 열람이나 사본 발급을 요청할 수 있고,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도 정보주체(자기 정보의 주인)가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자신의 개인정보 열람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처리자는 시행령이 정한 기간(10일) 안에 열람하게 해야 합니다. 진료기록은 환자에 관한 대표적인 개인정보이므로 두 법이 모두 관련됩니다.
두 법은 어떤 관계인가
개인정보보호법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그 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제6조). 진료기록의 열람과 사본 발급은 의료법이 따로 자세히 정하고 있으므로, 실무에서는 의료법 제21조가 먼저 적용되고 의료법에 정하지 않은 부분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 보충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예를 들어 내 정보가 누구에게 제공되었는지,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열람 요구로 확인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보험사나 다른 기관에 내 진료 정보가 넘어갔는지 궁금할 때 쓸 수 있는 방법입니다.
병원이 거절할 수 있는 경우는 좁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법률로 열람이 금지되거나 제한된 경우,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으로 열람을 제한하거나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한정해 두고 있습니다(제35조 제4항). 의료법도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거부를 허용합니다. "의료분쟁 중이라서", "담당 의사가 바빠서" 같은 이유는 이런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이해됩니다.
열람은 무료, 사본은 정해진 수수료
법제처는 2024. 11. 26. 법령해석(24-0712)에서, 환자가 의료법 제21조에 따라 기록을 '보는 것'(열람)은 진단서 같은 서류 발급과 다르므로 의료기관이 열람 비용을 받을 근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사본 발급은 보건복지부가 정한 수수료 기준에 따라 비용이 들 수 있으니, 비용이 과도해 보이면 기준을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는 거부·지연에 대한 대응
정당한 사유 없이 기록 열람이나 사본 발급을 거부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됩니다(의료법 제21조 제1항 후단, 제90조). 병원이 거부하면 관할 보건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개인정보 열람 요구를 거절당했다면 개인정보 침해 신고나 개인정보 분쟁조정 절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록을 늦게 받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그사이 기록이 바뀔 가능성입니다. 요청은 말로 하기보다 신청서나 문자처럼 날짜가 남는 방법으로 하고, 거부하거나 일부만 준다면 그 이유를 서면으로 달라고 요청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기록은 나중에 기록이 고쳐졌는지 다툴 때도 쓰입니다.
무엇을 받고, 무엇을 챙길까
진료기록부만 받으면 중요한 기록이 빠지기 쉽습니다. 진료기록부, 간호기록, 검사 결과, 영상 파일과 판독지, 수술·마취 기록, 투약 기록을 함께 요청하고, 전자의무기록이라면 기록을 작성하거나 고친 시각이 보이는 형태로 받을 수 있는지도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요청할 때는 다음을 챙겨 두세요.
- 신분증(가족이나 대리인은 의료법이 정한 서류)
- 받을 기록의 범위와 기간을 적은 요청서
- 요청한 날짜와 응대한 직원, 병원의 답변을 적은 메모
- 거부·지연 때 보건소나 개인정보 침해 신고에 쓸 요청 기록 사본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의료법 제21조, 제90조, 개인정보 보호법 제6조, 제35조, 같은 법 시행령 제41조, 법제처 법령해석 24-0712(2024.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