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변호사칼럼
MEDICAL LAW · 변호사칼럼
의료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의료사고 손해배상의 쟁점과 판례를 변호사가 정리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위자료만 받는가 — 판례가 정한 두 가지 길

수술이나 시술 뒤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생긴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위험이 있다고 들었다면 그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법은 이 억울함을 '설명의무'라는 이름으로 다룹니다. 그런데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배상받는 범위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이 차이를 알아야 소송 전략과 기대치를 바르게 세울 수 있습니다.

설명의무란 무엇인가

의사는 수술처럼 몸에 칼을 대거나 기구를 넣는 의료행위를 하기 전에 환자에게 진단명, 수술의 필요성과 방법, 예상되는 후유증과 부작용, 다른 치료 방법 등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2017년부터는 의료법 제24조의2가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에 대해 설명 항목과 서면 동의를 명문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의무의 근거는 환자가 자기 몸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권리, 즉 자기결정권입니다.

증명책임은 의사 측에

대법원은 설명의무를 이행했다는 점은 의사 측이 증명해야 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그래서 동의서에 인쇄된 일반 문구만 있고 구체적인 설명 흔적이 없거나, 환자 본인이 아닌 가족만 서명했거나, 서명 시점이 수술 직전이라면 병원의 증명이 약해집니다.

시간도 설명의 일부다

대법원은 2022. 1. 27. 선고 2021다265010 판결에서 설명의무는 환자가 의료행위를 받을지 합리적으로 숙고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행위의 내용과 위험성, 긴급성, 환자의 상태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수술인데 당일 설명 직후 곧바로 수술했다면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첫 번째 길: 선택 기회 상실에 대한 위자료

설명이 부족해 환자가 수술을 받을지 말지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잃었다면, 그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가 인정됩니다. 이때 환자는 설명이 없었거나 부족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되고, "설명을 들었다면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나쁜 결과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금액은 위자료에 한정되므로 결과의 심각성에 비해 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길: 결과 손해 전부

치료비, 일하지 못해 잃은 수입, 간병비 등 나쁜 결과로 생긴 손해 전부를 청구하려면 문턱이 높아집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중대한 결과와 설명의무 위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그 위반이 없었다면 그 결과도 없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구체적인 치료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같은 정도로 평가될 만한 것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29666 판결).

쉽게 말하면, 설명을 제대로 들었다면 환자가 그 수술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고, 설명 누락이 진료상 과실에 맞먹을 만큼 중대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실무에서는 꼭 필요하지 않은 시술에서 중대한 위험을 알리지 않은 경우 등이 이런 주장이 나오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실제 소송에서는 함께 주장한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설명의무 위반만으로 승부하기보다 진료상 과실(수술 방법, 수술 후 관찰과 대응 등)을 함께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진료상 과실이 인정되면 결과 손해 전부를 청구할 수 있고, 진료상 과실이 부정되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으로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설명의무 사건을 준비할 때는 동의서 원본의 기재 상태, 설명 시점, 설명한 의사가 누구였는지, 외래 기록에 다른 치료법이 언급됐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설명을 들은 상황을 가족과 함께 정리해 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의료법 제24조의2,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29666 판결,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다26501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