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수염 수술 뒤 고환염전 진단 지연으로 고환 적출 — 1심 병원 과실 인정, 5,400만 원 조정 결정
결과 고환염전 진단·치료 지연 병원 과실 인정(1심) → 5,400만 원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10대 남학생으로, 새벽에 배가 아파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의료진은 진찰과 혈액·X-ray 검사 등을 한 뒤 급성 충수염(흔히 맹장염이라 부르는 질환)을 의심했고, 같은 날 저녁 복강경으로 충수를 떼어내는 수술을 했습니다.
수술 뒤에도 배의 통증은 계속되었습니다. 의뢰인은 수술 다음 날 오후 오른쪽 사타구니가 아프고 음낭이 부었다고 호소했습니다. 병원은 신체검사를 한 뒤 사타구니 탈장을 의심하고, 음낭에 대해서는 비뇨기과 협진을 의뢰했습니다. 의료진이 이상 증상을 처음 확인한 것은 그날 저녁이었고, 당시 경과기록의 계획란에는 음낭을 올려 두기, 얼음주머니, 통증 조절, 초음파 검사가 적혀 있었지만, 간호기록에는 얼음주머니를 댄 것만 남아 있었습니다.
고환이 붓고 아프다는 이유로 비뇨기과 협진이 요청된 것은 그로부터 약 15시간 뒤인 다음 날 오전이었고, 음낭 초음파는 그날 오후에 시행되었습니다. 초음파에서 오른쪽 고환염전(고환이 혈관 줄기를 축으로 꼬여 피가 통하지 않게 되는 응급 질환)이 확인되었고, 곧바로 수술했지만 오른쪽 고환은 이미 괴사해 떼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뢰인과 아버지는 법무법인 태신과 함께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쟁점
첫째, 처음 진단 과정의 과실입니다. 복부 CT에서 충수염을 뒷받침하는 소견이 뚜렷하지 않았는데도 다른 질환, 특히 고환염전 가능성을 살피지 않았는지가 다퉈졌습니다.
둘째, 수술 뒤 진단·치료 지연입니다. 고환염전은 몇 시간 안에도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이 생길 수 있어 빠른 치료가 중요한데, 음낭 통증과 부종을 호소한 뒤 초음파와 수술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 과실인지가 핵심이었습니다.
셋째, 설명의무와 손해의 범위입니다. 의뢰인 측은 고환염전의 위험과 치료가 급하다는 점을 제때 설명받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의료진의 과실이 없었더라도 고환을 잃었을 가능성을 어떻게 반영할지도 문제였습니다.
병원 측은 검사 결과 초기 충수염 의증으로 수술했고 수술 뒤 조직검사에서도 초기 충수염으로 확인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음낭 증상을 호소하자 비뇨기과 진료와 수술 준비를 거쳐 응급수술을 했고, 고환염전 확인 뒤 수술의 필요성과 합병증도 설명했으므로 진단이나 치료를 늦춘 잘못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태신의 조력
감정 결과로 놓친 진단의 기회를 짚다
태신은 진료기록감정 결과를 근거로, 의뢰인의 복부 CT에는 급성 충수염의 전형적인 소견인 두께 7~10mm 이상의 관 모양 구조물과 주변 체액 고임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또 10대 남자 청소년이 갑작스러운 복통을 호소하면 소화기 질환뿐 아니라 고환염전 같은 비뇨기과 응급 질환도 확인하도록 권고된다는 감정 내용을 들어, 병원이 비뇨기과 질환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시간 경과를 따져 지연 과실과 인과관계를 주장하다
태신은 의뢰인이 수술 다음 날 저녁까지 사타구니 통증과 음낭 부종·통증을 계속 호소했으므로 병원은 늦어도 그때 고환염전을 의심했어야 하는데도 얼음주머니를 대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정 결과에 나온 통계, 즉 고환염전이 생긴 뒤 4시간 안이면 고환을 잃을 가능성이 5% 정도이지만 48시간을 넘기면 90%에 이른다는 점을 제시하며, 의뢰인이 통증이 시작된 지 약 60시간이 지나서야 수술을 받아 사실상 고환을 살릴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신체감정으로 손해를 구체화하다
태신은 신체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영구적인 노동능력 10% 상실에 따른 수입 손실, 호르몬 치료와 각종 검사, 인공 고환 삽입술 등 앞으로 들 치료비, 입원 기간 동안의 간병비를 산정해 의뢰인 본인의 청구를 넓혔습니다.
사건의 결과
1심 법원은 병원 의료진이 적어도 복부 CT에서 급성 충수염 소견이 없는 것을 확인했을 때 다른 검사를 할 필요가 있었고, 늦어도 수술 다음 날 저녁에는 고환염전 가능성을 두고 검사와 처치를 했어야 한다며 진단·치료 지연의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손해액을 정하면서는 영구적인 노동능력 10% 상실을 인정하고, 호르몬 치료와 검사, 인공 고환 삽입술 등 앞으로 들 치료비와 입원 기간 간병비도 손해에 넣었습니다.
이후 이어진 조정 절차에서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병원이 의뢰인 본인에게 5,400만 원을 지급하고 의뢰인은 나머지 청구를, 아버지는 청구를 포기하며 소송비용과 조정비용은 각자 부담한다는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