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은 젊은 나이의 직장인이었습니다. 기저질환 치료를 받아 오던 중 운동과 식이요법으로도 체중이 줄지 않자 한 대학병원 외과를 찾았고, 여러 진료과 협진에서 수술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은 뒤 비만대사수술을 받았습니다. 위를 길쭉하게 잘라 작게 만들고 소장 일부를 우회시키는 수술입니다.
수술을 마치고 병실로 옮겨진 직후부터 상처에서 피가 스며 나오고, 배액관(수술 부위의 피와 진물을 몸 밖으로 빼내는 관)으로 선홍색 피가 계속 나왔습니다. 밤사이 배액량은 계속 늘었고, 맥박이 크게 빨라지고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았으며 얼굴이 창백해지고 의식이 흐려졌습니다. 한참 뒤에야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곧바로 심정지가 왔고, 체외 심폐 보조 장치를 단 뒤 출혈 부위를 찾는 수술을 했지만 이미 피가 굳지 않는 상태로 악화된 뒤였습니다. 고인은 결국 숨졌습니다.
고인의 유족이 태신에 사건을 맡겼습니다.
쟁점
첫째는 수술 과정의 과실입니다. 위를 자르고 장을 잇는 과정에서 혈관을 다치게 하거나 봉합을 제대로 하지 않아 출혈이 생겼는지가 문제였습니다.
둘째는 수술 뒤 처치의 과실입니다. 배액관으로 새 출혈을 뜻하는 선홍색 피가 계속 나오고 저혈량성 쇼크(많은 피를 잃어 장기에 피가 돌지 않는 상태)의 징후가 뚜렷했는데도, 출혈 원인을 찾는 검사와 수혈·수액 같은 응급 처치, 지혈 수술이 제때 이뤄졌는지가 핵심이었습니다.
셋째는 손해액입니다. 고인이 정년까지 일했다면 받았을 수입을 어떻게 계산할지, 병원에 낸 진료비를 손해로 볼 수 있는지도 정리해야 했습니다.
태신의 조력
간호기록을 시간대별로 분석해 대응 지연을 짚다
수술기록, 마취기록, 간호기록, 혈액검사 결과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수술 직후부터 선홍색 출혈이 이어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피를 잃었을 때 나타나는 쇼크 증상이 기록되어 있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수술 전 정상이던 혈색소 수치가 크게 떨어진 검사 결과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그런데도 출혈 부위를 확인하는 조영 검사나 CT를 하지 않았고, 쇼크가 깊어진 뒤에야 중환자실로 옮겼고 출혈 부위를 찾는 수술은 심정지가 온 뒤에야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병원이 출혈 관찰과 대응을 늦춘 과실이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출혈이 이어지는 환자에게는 정맥 주사 경로를 충분히 확보해 수액을 빠르게 넣고 수혈로 혈류량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쇼크 증상이 뚜렷해진 뒤에도 이런 처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수술기록과 사망진단서로 출혈의 원인을 좁히다
수술기록에 장을 자른 끝과 위의 끝부분에 별도의 보강 봉합을 하지 않았다고 적혀 있는 점, 탐색 수술 기록에 수술 부위 혈관 주변의 출혈이 의심된다고 적힌 점을 짚었습니다. 병원이 발급한 사망진단서에도 사망 원인이 「수술 후 출혈 → 혈액 응고 장애 →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수술 부위 출혈 말고는 사망을 설명할 다른 원인이 없는 이상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의학 문헌으로 수술상 주의의무를 설명하다
이 수술은 집도의의 숙련도가 출혈·누출 같은 합병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학 문헌을 제출했습니다. 수술 후 출혈은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잃은 피를 빠르게 보충하는 수액·수혈과 출혈 부위를 찾아 막는 지혈이 늦어지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도 문헌을 근거로 설명했습니다.
고인의 소득에 맞춰 손해를 산정하다
고인의 실제 보수 자료를 바탕으로 정년까지의 수입과 퇴직금을 계산하고, 장례비와 위자료를 더해 손해를 정리했습니다. 의사의 잘못으로 악화된 상태를 수습하는 치료에 대해서는 병원이 진료비를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유족이 낸 진료비도 돌려받아야 할 손해로 청구했습니다.
사건의 결과
법원은 병원 측이 유족에게 3억 6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조정이 성립하지 않을 때 법원이 직권으로 내리는 합의안)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