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변호사칼럼
MEDICAL LAW · 변호사칼럼
의료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의료사고 손해배상의 쟁점과 판례를 변호사가 정리했습니다.

의료소송, 누구를 상대로 해야 하나 — 의사 개인, 병원 법인, 국공립병원

소송을 준비하면서 가족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 중 하나가 "누구를 상대로 해야 하느냐"입니다. 수술한 의사 이름은 알지만 병원의 법적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고, 국공립병원이라면 더 복잡해 보입니다. 상대방을 정확히 정해야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실익이 생깁니다.

진료계약의 상대방은 '병원을 연 사람'

환자가 진료를 받으면 병원을 개설한 사람과 진료계약을 맺은 것이 됩니다. 의사 한 명이 운영하는 개인의원이라면 원장 개인이, 의료법인이나 학교법인, 재단 등이 운영하는 병원이라면 그 법인이 계약 당사자입니다. 진료비 영수증에 적힌 대표자와 사업자 정보, 병원 안내 자료 등으로 개설 주체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가지 근거: 계약과 불법행위

병원을 상대로 할 때는 진료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계약책임과, 소속 의료진의 잘못에 대한 사용자책임(민법 제756조) 등 불법행위책임을 함께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두 근거는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다릅니다. 불법행위는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사고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고(민법 제766조), 계약책임은 원칙적으로 10년입니다(민법 제162조).

근무 의사 개인도 상대가 될 수 있다

병원에 고용된 의사라도 직접 잘못을 저질렀다면 개인으로서 불법행위책임을 집니다(민법 제750조). 병원과 의사를 함께 상대로 하면 둘은 같은 손해를 각자 전부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되어, 환자는 어느 쪽에서든 전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중으로 받을 수는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배상 능력과 보험 가입 여부, 소송 진행의 편의 등을 고려해 병원만 상대로 할지, 의사 개인도 함께 상대로 할지를 정합니다.

국공립병원이라면 국가배상법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소속 공무원인 의사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합니다. 이때 공무원인 의사 개인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만 개인적으로 배상책임을 지고, 가벼운 과실에 그친 경우에는 개인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가벼운 과실에 그친 공중보건의사가 판결에 따라 환자 유족에게 배상금을 지급한 사건에서도 이 법리를 확인하고, 그 공중보건의사는 국가에 자신이 대신 낸 돈을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다54478 판결).

한편 국립대학병원과 지방의료원은 법률에서 별도의 법인으로 정하고 있어(국립대학병원 설치법 제2조,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그 병원 법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국립', '시립'이라는 이름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실제 운영 주체를 확인해야 합니다.

국가배상은 법무부 등에 설치된 배상심의회에 먼저 신청할 수 있지만, 신청하지 않고 바로 소송을 내도 됩니다(국가배상법 제9조). 청구 기간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지만, 불법행위가 있은 날부터는 10년이 아니라 5년이 지나면 소멸한다는 점이 일반 병원 상대 청구와 다릅니다(국가배상법 제8조, 민법 제766조, 국가재정법 제96조, 지방재정법 제82조).

상대방을 잘못 정했다면

상대방을 잘못 정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1심 변론이 끝나기 전까지 법원의 결정으로 상대방을 바꿀 수 있는 절차(피고경정, 민사소송법 제260조)가 있습니다. 다만 처음 상대방이 이미 서면을 내거나 변론을 했다면 그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절차를 다시 밟는 만큼 시간이 들고, 그사이 청구 기간이 문제 될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개설 주체와 의사의 신분을 확인해 정확히 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상대방을 정할 때 확인할 것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민법 제162조, 제750조, 제756조, 제766조, 국가배상법 제2조, 제8조, 제9조, 국가재정법 제96조, 지방재정법 제82조, 민사소송법 제260조,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제2조,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 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다5447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