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형사 절차의 실제 — 고소부터 기소 여부 결정까지, 민사와는 무엇이 다른가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와 유족 중에는 "돈보다 책임을 묻고 싶다"며 형사고소를 먼저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형사 절차는 수사기관이 기록을 확보하고 의료진을 조사한다는 점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사와는 목적도, 증명의 기준도 다르기 때문에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는지 알고 시작해야 기대와 결과의 차이로 상처받지 않습니다.
어떤 죄가 문제되나
의료사고는 대부분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문제됩니다.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형사 절차의 목적은 의료진을 처벌할지 정하는 것이고,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절차는 아닙니다.
고소와 수사, 그리고 감정
고소장을 내면 경찰이 수사를 시작합니다. 진료기록을 확보하고 환자 측과 의료진을 조사하며, 사망 사건에서 사인이 불분명하면 법원의 영장을 받아 부검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었는지는 의학적 판단이 필요하므로, 수사기관은 보통 외부 의료기관이나 감정 기관에 감정을 의뢰합니다. 이 감정 결과가 수사의 방향을 크게 좌우하고, 감정에 시간이 걸려 수사가 길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고소인이 사건 경과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고, 문제라고 생각하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짚어 제출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기소되지 않았을 때 할 수 있는 일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보아 사건을 검사에게 보내지 않으면(불송치) 고소인에게 통지됩니다. 고소인은 통지를 받은 날부터 원칙적으로 3개월 안에 경찰 관서장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그러면 사건은 검사에게 넘어갑니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검사가 기소하지 않기로 하면(불기소) 고소인은 정해진 불복 절차(항고)를 거쳐 고등법원에 재판에 넘겨 달라는 재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260조). 2026년 10월 2일 공소청법이 시행되는 등 기소를 맡는 기관 체계가 바뀌었으므로, 어디에 언제까지 불복해야 하는지는 받은 통지서의 안내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기한이 짧으므로 통지서를 받으면 날짜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민사와의 관계
형사재판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요구합니다. 대법원은 마취 중 환자가 사망한 형사사건에서 의사의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과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추정할 수 없고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한다며 업무상과실치사 유죄 부분을 파기해 다시 심리하도록 했습니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1도1833 판결). 반면 민사에서는 환자 측의 증명 부담을 덜어 주는 법리가 있어(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불기소나 무죄가 곧 민사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형사 기록은 민사소송에서 법원을 통해 송부를 요청해 증거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죄가 선고되면 형사 법원이 치료비나 위자료 등 직접 손해의 배상을 명하는 배상명령 제도도 있지만(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손해액이 분명하지 않으면 명하지 않으므로 의료사고 배상은 민사 절차에서 따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형사 결과를 기다리다 민사 청구 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합의와 처벌불원
현행법에서 업무상과실치상죄는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합의했다고 해서 사건이 자동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은 처벌 여부와 형량을 정할 때 고려됩니다. 다만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조정이 성립하거나 조정 중 합의로 조정조서가 작성된 경우, 업무상과실치상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재판에 넘길 수 없다)고 정합니다. 생명에 대한 위험이 생기거나 불구, 불치·난치의 질병에 이른 경우는 제외됩니다.
2026년 5월 공포된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2027년 5월 27일 시행 예정으로, 고위험 필수의료의 중대한 과실 없는 사고에 대한 공소 제한과 형 감면, 상해 사건에서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위(반의사불벌) 확대를 담고 있습니다. 아직 시행 전이고 세부 기준은 하위법령으로 정해질 예정입니다.
고소 전에 생각할 것
- 무엇을 얻고 싶은지: 진상 확인인지, 처벌인지, 배상인지에 따라 순서가 달라집니다
- 진료기록 전체를 먼저 확보하고 경과를 정리해 두기
-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 형사와 민사 중 어디까지 정리되는 문구인지 확인하기
이 글은 2026년 10월 현행법을 기준으로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시행 전이므로 시행 시점의 법령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근거 형법 제268조,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제260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51조(현행), 같은 법 개정법(2026. 5. 26. 공포 법률 제21694호, 2027. 5. 27. 시행 예정), 공소청법(2026. 10. 2. 시행),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1도1833 판결,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