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강경 담낭 수술 중 담관 손상, 합의 뒤 남은 후유증 — 1심 기각을 딛고 항소심에서 4,500만 원 조정 결정
결과 1심 청구 기각 → 항소심 4,500만 원 지급 조정 결정(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난소의 혹과 담석을 동반한 만성 담낭염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에서 복강경(배에 작은 구멍을 뚫고 카메라와 기구를 넣는 방식)으로 난소 쪽 절제술과 담낭절제술을 함께 받았습니다. 수술 중 담낭관이 총담관(간에서 만든 담즙이 장으로 내려가는 굵은 관) 뒤쪽에 심하게 들러붙어 있었고, 이를 떼어 내는 과정에서 총담관 벽에 구멍이 나 담즙이 새어 나왔습니다. 의료진은 두세 군데를 꿰매고 수술을 마쳤습니다.
의뢰인은 배가 부른 증상이 남은 채 수술 사흘 뒤 집 근처 병원으로 옮겼는데, 나흘 뒤 복부 팽만과 통증, 호흡곤란이 심해지고 배 안에 액체가 고인 것이 확인돼 수술한 병원 응급실로 급히 옮겨졌습니다. 범복막염(배 안 전체에 염증이 퍼진 상태) 진단을 받고 배를 열어 담관과 소장을 새로 잇는 간공장문합술을 받았습니다.
약 두 달 입원한 뒤 퇴원하면서 의뢰인은 병원과 합의했습니다. 병원이 진료비 일부를 부담하고 손해금을 지급하는 대신 의뢰인은 청구권을 포기하되, 수술이 원인이 되어 생긴 것으로 인정되는 후유증과 합병증은 포기 대상에서 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수년 동안 담관염과 복막염, 혈전 등으로 입원과 통원 치료가 이어졌습니다. 다른 대학병원에서는 수술 이후 반복되는 담관 협착과 이어 붙인 부위의 협착 때문에 만성 복통과 소화장애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고, 소송 중에는 간 왼쪽 절반을 잘라 내는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의뢰인은 다른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청구가 모두 기각됐고, 항소심부터 태신이 사건을 맡았습니다.
쟁점
핵심은 퇴원 때 맺은 합의가 이후의 후유증까지 막는지였습니다. 1심은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있었던 범위를 넘는 새로운 손해가 생긴 경우에만 다시 청구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한 뒤, 담관 손상 뒤 이어 붙인 부위가 좁아지고 담관염이 반복되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경과였다고 보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심은 의료진의 과실에 대한 주장과 증명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과실과 인과관계였습니다. 담관 손상이 수술 중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생긴 것인지, 손상을 발견한 뒤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지금 남은 증상들이 그 수술에서 비롯된 것인지가 다퉈졌습니다.
병원 측은 의뢰인이 주장하는 증상들은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있었던 손해에 불과해 합의에 따라 더 이상 청구할 수 없고, 합의 시점부터 3년이 지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했다고 맞섰습니다.
손해의 범위도 문제였습니다. 의뢰인 측은 장해로 잃게 된 장래 소득, 그동안의 간병비와 치료비, 앞으로의 치료비, 위자료를 합한 손해에서 합의 때 이미 받은 손해금을 뺀 나머지를 청구했습니다.
태신의 조력
합의서 문구를 다시 읽어 1심 판단의 전제를 바로잡다
항소이유를 밝힌 준비서면에서 1심이 적용한 법리는 피해자가 청구권을 완전히 포기한 경우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 사건 합의서에는 수술이 원인이 된 후유증과 합병증을 포기 대상에서 뺀다고 분명히 적혀 있으므로, 후유증이 수술에서 비롯됐다면 예상 가능성과 관계없이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예상할 수 있는 합병증이 아니었다는 점을 다투다
설령 예상 가능성을 따지더라도, 담관 손상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결과까지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재수술 뒤 반복되는 복통과 소화장애는 수술 뒤 흔히 생기는 합병증이 아니고, 수술 두 달 만에 흉터나 혈전 문제가 어떻게 남을지 내다보기도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감정 결과로 과실과 인과관계를 세우다
같은 서면에서 진료기록감정과 추가 신체감정으로 과실과 손해를 증명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회신된 진료기록감정과 일반외과·성형외과 신체감정 결과를 의뢰인에게 유리한 증거로 원용했습니다. 감정의가 제시한 담관 손상 예방 조치를 근거로 수술 중 과실을 주장하고, 손상을 발견하면 배를 열어 확실히 수복해야 하는데 복강경으로 부분 수복에 그쳐 범복막염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담관에 구멍이 난 상태에서 문합술을 하면 협착과 담관염 가능성이 높아지고, 담관염이 반복되면 간이 위축될 수 있다는 감정 소견도 들어, 남은 증상이 수술에서 비롯된 후유증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사건의 결과
항소심 법원은 병원이 의뢰인에게 정해진 기한까지 4,500만 원을 지급하고, 해당 진료와 관련해 더 이상 채권·채무가 없음을 확인하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법원이 조정안을 직접 정하는 결정, 이른바 강제조정)을 내렸습니다. 의뢰인은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고 소송비용과 조정비용은 각자 부담합니다.
1심에서 청구가 모두 기각된 사건에서, 항소심에서 4,500만 원 지급이 정해졌습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과실을 하나하나 판단한 결정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