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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LAW · 변호사칼럼
의료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의료사고 손해배상의 쟁점과 판례를 변호사가 정리했습니다.

환자가 바뀌고 수술 부위가 뒤바뀌었다면 —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와 병원의 책임

오른쪽 무릎을 수술해야 하는데 왼쪽을 수술하거나, 이름이 비슷한 다른 환자의 약을 주거나, 혈액형이 다른 피를 수혈하는 사고가 있습니다. 의료안전 분야에서는 이런 사고를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사고는 다른 의료사고와 책임을 따지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정리합니다.

대부분의 의료사고와 무엇이 다른가

보통의 의료소송에서는 의사의 판단이 당시 의학 수준에 맞았는지를 놓고 다투며, 전문가의 감정이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환자나 수술 부위를 착각한 사고는 어려운 의학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정해진 확인 절차를 지켰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일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과실 자체는 크게 다투어지지 않고, 쟁점이 손해의 범위로 옮겨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과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은 환자 측이 진료상 과실을 증명하고 그 과실이 손해를 일으킬 개연성(그럴 만한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까지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엉뚱한 부위를 수술하거나 다른 혈액을 넣은 사고는 과실이 분명하고 결과와의 연결도 직접적이어서, 이 증명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라고 이해됩니다.

대법원: 확인을 남에게 맡겼다고 책임을 벗지 못한다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도2812 판결은 인턴 의사가 환자의 수혈을 맡으면서 혈액 봉지 교체를 간호사에게 맡겼고, 다른 환자에게 쓸 혈액 봉지가 구분 없이 같은 곳에 놓여 있던 탓에 간호사가 환자를 착각해 B형 환자에게 A형 혈액을 넣어 환자가 사망한 사건을 다뤘습니다. 대법원은 수혈을 담당하는 의사에게는 혈액형이 맞는지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고, 혈액 봉지가 뒤바뀔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아무 조치 없이 간호사에게 맡긴 것은 병원의 관행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의사를 무죄로 본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라며 돌려보낸(파기환송) 형사사건입니다.

민사에서는 실제로 착오를 일으킨 사람이 누구든, 같은 병원 소속 직원의 잘못이라면 병원이 사용자로서 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민법 제756조).

동의하지 않은 수술이기도 하다

환자가 동의한 것은 특정 부위의 특정 수술입니다. 다른 부위를 수술했다면 그 수술은 환자가 동의한 범위 밖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환자가 스스로 결정할 권리(자기결정권)를 침해한 문제도 함께 생깁니다(의료법 제24조의2). 손해로는 원래 받아야 할 수술을 다시 받는 데 드는 비용과 고통, 멀쩡한 부위에 생긴 상처와 기능 손상, 그리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가 청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법도 '중대한 사고'로 따로 다룬다

환자안전법 제14조 제2항에 따라 2021년 1월 30일부터 200병상 이상 병원과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설명하고 동의받은 내용과 다른 수술·수혈·전신마취나 진료기록과 다른 약·용량·경로의 투여로 환자가 숨지거나 심각하게 다친 경우, 그리고 다른 환자나 다른 부위를 수술한 경우 이를 보고해야 합니다. 다른 환자나 다른 부위 수술은 환자가 다쳤는지와 관계없이 보고 대상입니다.

2027년 5월 27일 시행 예정인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시행 전, 하위법령 미확정)도 '타인 또는 타 부위 수술'을 법에 열거한 중대한 과실 유형에 넣었습니다. 개정법은 고위험 필수의료에서 중대한 과실 없이 생긴 사고에 형사상 특례를 두는데, 이런 착오 사고는 그 특례를 받기 어려운 유형으로 정해졌다는 뜻입니다.

사고 직후 확인할 것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도2812 판결,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환자안전법 제14조 제2항, 의료법 제24조의2, 민법 제750조, 제756조, 의료분쟁 조정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21694호, 2027. 5. 27. 시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