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뒤 생긴 피해, 국가보상과 소송은 어떻게 다른가 —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대법원 기준
예방접종을 맞고 며칠 뒤 쓰러지거나 마비가 생겼는데, 질병관리청이 백신과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보상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방접종 피해에는 국가보상과 민사소송이라는 두 길이 있고, 각각 증명할 내용이 다릅니다.
두 개의 길: 국가보상과 손해배상
감염병예방법 제71조는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이 그 접종으로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사망하면 국가가 보상하도록 정합니다. 누구의 잘못도 묻지 않는 제도여서, 접종 기관이나 제약사의 과실을 증명할 필요 없이 피해가 접종으로 생겼다는 인과관계만 인정되면 됩니다. 신청은 보건소를 통해 하고, 질병관리청이 심의를 거쳐 결정합니다. 거부 결정에는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 행정소송(처분 취소 소송)으로 다툴 수 있고, 행정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안에 내야 합니다.
민사소송은 누군가의 잘못을 따집니다. 접종 전 문진에서 접종하면 안 되는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거나 접종 뒤 이상반응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면 접종 기관의 과실을, 백신 자체의 결함을 다툰다면 제조물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국가보상은 과실 증명이 필요 없는 대신 보상 항목과 기준이 법령으로 정해져 있고, 민사소송은 과실을 증명해야 하는 대신 실제 손해 전체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의 인과관계 기준
대법원은 예방접종과 장애 등 사이의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적인 사실관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미루어 판단)되면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4두274 판결). 2019년 판결도 같은 기준을 다시 확인하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음 정도의 증명이 있으면 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9. 4. 3. 선고 2017두52764 판결).
- 예방접종과 장애 등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있을 것
- 그 장애가 접종으로 생겼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 이론이나 경험칙(경험으로 알 수 있는 법칙)상 불가능하지 않을 것
- 그 장애가 원인을 알 수 없거나 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생긴 것이 아닐 것
시간적으로 가깝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판결은 한계도 분명히 했습니다. 피해자에게 그 장애와 관련된 다른 위험 요인이 있거나, 그 백신이 오랫동안 널리 쓰였는데도 같은 피해의 보고나 연구가 없다면 이를 판단에 고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75세 환자가 폐렴구균 예방접종 뒤 얼굴 한쪽에 마비가 생긴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백신이 20년 넘게 널리 쓰였지만 얼굴 마비에 관한 보고나 연구가 없고, 환자에게 고혈압·당뇨 등 위험 요인이 있었으며, 접종 후 몇 시간 만에 증상이 나타난 점은 알려진 발생 과정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앞선 2심 판결)을 파기해 다시 재판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판결의 흐름
서울행정법원이 이러한 대법원 기준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 피해보상 거부 처분을 취소한 판결들이 보도되었습니다. 접종 5일 만에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20대 사건에서는 사망과 접종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단된다고 보았고(2025년 10월 보도), 접종 10일 뒤 증상이 나타나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으로 숨진 20대 교사 사건에서는 기저질환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를 배척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2026년 6월 보도). 모두 1심 판결이어서 상급심에서 달라질 수 있고, 사건마다 결론도 다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특별법의 특례 이의신청
2025. 10. 23.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접종 피해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이 법 시행 전에 기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코로나19 피해보상 결정을 받은 사람(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제외)에게 한 차례 특례 이의신청 기회를 주었는데, 신청 기간은 법 시행일(2025. 10. 23.)부터 1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주소지 관할 보건소에 이의신청서와 진료확인서 등을 내고, 새로운 자료를 함께 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기간은 이미 지났을 수 있으므로, 해당된다고 생각되면 먼저 기간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지났다면 다른 구제 방법이 있는지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준비할 자료
- 예방접종 증명서(접종 일시, 백신 종류, 접종 기관)
- 증상이 처음 나타난 시각을 보여 주는 기록과 진료기록
- 접종 전 건강 상태를 보여 주는 진료기록(다른 원인이 없다는 자료)
- 질병관리청의 결정서와 그 이유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1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접종 피해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2025. 10. 23. 시행), 행정소송법 제20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4두274 판결,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7두5276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