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의료사고,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나 — 헌법의 이중배상 금지와 보훈 보상의 관계
군에 간 아들이 몸이 아프다고 호소했는데 군 병원에서 병을 제때 찾지 못해 장해가 남았다는 상담이 있습니다. 민간 병원이었다면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됩니다. 그러나 군인은 헌법과 국가배상법이 정한 특별한 제한 때문에 길이 다릅니다. 무엇이 막혀 있고 무엇이 열려 있는지 정리합니다.
헌법이 정한 제한
헌법 제29조 제2항은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등이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해서는 법률이 정한 보상 외에 국가나 공공단체에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이를 받아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이들이 직무집행과 관련해 순직하거나 공무상 다친 경우 본인이나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을 받을 수 있을 때에는 국가배상법과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합니다. 흔히 '이중배상 금지'라고 부릅니다.
첫 갈림길은 보훈·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조문은 '다른 법령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때' 배상 청구를 막습니다. 그래서 군 복무 중 의료사고라면 먼저 군인 재해보상법에 따른 재해보상이나 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로서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문언상 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까지 배상 청구가 막히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됩니다.
순서가 바뀐 경우에 대해 대법원은 국가배상을 먼저 받은 사람이라도 보훈 보상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보훈 관련 법률에 국가배상을 받은 사람을 제외하거나 그 금액을 빼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입니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5두60075 판결, 같은 날 선고 2014두40012 판결).
부모 자신의 위자료는 청구할 수 있다
군 복무 중 결핵성 뇌수막염을 제때 진단받지 못해 사지마비가 된 병사가 전역 후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사건에서, 그 부모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국가에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국가배상법 단서가 막는 것은 '본인이나 그 유족'의 청구이고, 살아 있는 장병의 부모는 유족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부모의 위자료를 인정했고, 이 판단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상고 이유를 따로 심리하지 않고 기각)으로 확정되었습니다(대법원 2017다203213).
2025년 개정: 순직 장병 유족의 위자료
2025년 1월 시행된 개정 국가배상법은 제2조에 제3항을 새로 두어, 전사하거나 순직한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예비군대원의 유족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시행 전에 숨졌더라도 시행 후 순직을 인정받거나, 시행 당시 법원 등에 사건이 계속 중이면 적용됩니다. 2026년 1월에는 보훈급여를 받고 있는 유족에게도 위자료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보도되었습니다. 다만 이 조항은 사망한 경우의 유족에 관한 것이어서, 다친 장병 본인의 청구 제한은 그대로입니다.
민간 병원이 함께 관련됐다면
군 병원과 민간 병원의 잘못이 겹쳐 손해가 생긴 경우처럼 민간인과 직무 중인 군인이 함께 다른 군인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민간인은 손해 전부가 아니라 자기 부담 부분만 배상하면 된다는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01. 2. 15. 선고 96다42420 전원합의체 판결). 이런 사건에서는 누구에게 얼마를 청구할지 처음부터 따져 보아야 합니다.
확인해 둘 것
- 부대 의무대·군 병원의 진료기록과 민간 병원 진료기록
- 증상을 호소한 날짜와 진료 요청 기록(본인 메모, 가족과의 연락 기록)
- 공무상 부상·질병 심의 결과와 보훈 신청·결정 내용
- 순직 사건이라면 순직 인정 여부와 결정 날짜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헌법 제29조 제2항,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제3항, 대법원 2001. 2. 15. 선고 96다4242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5두60075 판결,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4두40012 판결, 대법원 2017다203213(심리불속행 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