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생긴 감염은 누구 책임인가 — 감염관리 의무와 인과관계
수술 뒤 상처가 곪거나, 주사를 맞은 자리에 염증이 생겨 큰 치료를 받게 된 환자들은 "병원에서 옮은 균이니 당연히 병원 책임 아니냐"고 묻습니다.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법원의 판단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감염 사건에서 무엇이 책임을 가르는지 알아야 헛된 기대도, 섣부른 포기도 피할 수 있습니다.
감염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법원 2024. 9. 27. 선고 2024다204665 판결은 척추 수술 뒤 수술 부위 주변에 세균 감염으로 고름 주머니(경막상 농양)가 생긴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감염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고 현대 의학상 이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수술 중 직접 감염된 것으로 인정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곧바로 감염관리에 관한 진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환자의 다른 신체 부위에 있던 균이 혈액을 타고 수술 부위로 갔을 가능성도 쉽게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병원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판결은 2023년 대법원이 정리한 인과관계 추정 법리(2022다219427)와 같은 흐름에 있습니다. 환자가 구체적인 진료상 과실과, 그 과실이 손해를 일으켰을 개연성을 증명해야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감염 사건에서도 '병원이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특정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병원에는 감염관리 의무가 있다
의료법 제47조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장에게 의료 관련 감염을 막기 위해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두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구체적인 대상 병원과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함), 종사자 교육 등도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소독과 무균 처치, 일회용품의 일회 사용, 손 위생, 예방적 항생제 투여 시점, 감염 환자 격리 같은 구체적인 조치가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기록으로 따지게 됩니다.
책임이 인정되는 첫 번째 길: 감염관리의 잘못이 드러난 경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6. 2. 16. 한 의원에서 주사를 맞은 환자들이 집단으로 감염된 사건에서 의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간호조무사가 장갑 없이 주사하고, 남은 약을 음식과 함께 냉장고에 보관했으며,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같은 기간 주사를 맞은 243명 중 61명에게 감염이 생겼습니다. 법원은 약품 보관 상태가 매우 부적절하고 같은 주사기를 여러 부위에 쓴 정황이 있어 병원체가 옮겨졌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아, 피해 환자 14명에게 1인당 1천만~3천만 원의 배상을 명했습니다.
두 번째 길: 감염 이후 대응이 늦은 경우
감염 자체는 피할 수 없었더라도 그 뒤의 관찰과 치료가 늦었다면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목 척추 수술 중 척수를 싼 막에 구멍이 생긴 뒤 뇌척수액이 계속 새다가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이어져 환자가 숨진 사건에서, 막 손상은 예상 가능한 합병증이지만 누출이 의심·확인된 때부터 계속 관찰하고 균 배양검사를 해 감염 시 신속히 항생제를 쓸 수 있게 했어야 한다며 병원 책임(30%)을 인정했습니다.
감염 위험도 설명 대상이다
어깨 주사 후 봉와직염(피부 아래 세균 감염)이 생긴 사건에서 청주지방법원은 소독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감염 위험을 설명한 기록이 없다며 위자료 500만 원을 인정했습니다. 설명했다는 사실은 의사 측이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05다5867).
환자 측이 확인할 것
- 증상이 시작된 시점과 수술·시술 날짜의 간격
- 원인균 배양 결과, 같은 시기 같은 병원 다른 환자의 감염 여부
- 예방적 항생제 투여 시각, 상처 관찰·드레싱 기록
- 감염이 의심된 뒤 검사·항생제·전원까지 걸린 시간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대법원 2024. 9. 27. 선고 2024다204665 판결,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2. 16. 선고 판결, 의료법 제47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