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입분만 중 신생아 질식·뇌손상 — 산부인과 의료진 상대 4억 2천만 원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결과 흡입분만 중 신생아 뇌손상, 산부인과 의료진 상대 → 4억 2천만 원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
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출산을 앞둔 부부였습니다. 산모는 한 산부인과 전문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산전 진찰을 받아 왔고 별다른 이상 소견은 없었습니다. 만삭이 되어 진통이 잦아지자 새벽에 병원 분만실에 입원했는데, 이때 이미 자궁 입구가 6cm 열려 있었습니다.
의뢰인 측에 따르면, 입원 40분쯤 뒤 처음 온 분만 담당 의사는 별다른 진찰 없이 무통분만 주사만 놓고 분만실을 나갔습니다. 입원 약 1시간 뒤 태아 심장박동 양상이 단조로워져 산모에게 산소를 공급했지만, 그 전후의 태아 심장박동을 적은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분만이 임박해서야 의사가 다시 분만실에 왔고, 아기 방향이 틀어졌다며 곧바로 흡입분만(아기 머리에 컵을 붙여 당겨 꺼내는 방법)을 했다고 합니다.
아기는 태어날 때 울지 않았고 온몸이 태변에 덮여 있었으며, 출생 직후 상태를 나타내는 아프가 점수는 1분·5분 모두 1점(10점 만점)이었습니다. 기관에 관을 넣어 산소를 공급했지만 산소포화도는 정상 범위를 크게 밑돌았고, 출생 약 25분 뒤 대학병원으로 전원되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는 태변흡인증후군(태변이 기도로 들어가 숨을 막는 상태), 출산 손상으로 인한 뇌실 안 출혈,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산소 부족으로 뇌세포가 손상되는 것) 진단이 나왔습니다. 아기는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해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 있고, 법원 신체감정에서는 노동능력을 영구적으로 100% 잃은 상태로 평가되었습니다.
쟁점
의뢰인 측은 의료진의 과실을 네 갈래로 들었습니다. 첫째, 태아 심장박동이 떨어지고 변화 폭이 줄어드는 이상 신호가 있었는데도 감시와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초음파 같은 추가 검사나 제왕절개 결정도 하지 않은 분만 감시 소홀입니다. 둘째, 흡입분만 기구를 부적절하게 다뤄 아기 머리에 손상을 준 술기상 과실입니다. 셋째, 출생 직후 심한 가사 상태(산소 부족으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태)인 아기에게 기도 흡인, 효과적인 인공환기, 약물 투여 같은 소생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상급병원으로 옮긴 과실입니다. 넷째, 분만 방법과 위험성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입니다.
의료진 측은 아기가 위중했던 것은 맞지만 뇌손상은 과실과 무관한 불가항력이었다고 맞섰습니다. 흡입분만은 한 차례, 몇 분 만에 끝났고 뇌 MRI에 외상성 출혈 소견이 없으며, 출생 직후 태변흡인 소견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손해액에 대해서도 간병비는 우선 2년만 계산해야 하고 간병 인원도 줄여야 하며, 비슷한 분만사고 사례에 비추어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다퉜습니다.
태신의 조력
진료기록에서 감시 공백을 시간대별로 짚다
간호기록과 태아 심장박동 그래프를 대조해, 입원 뒤 1시간 30분가량 심장박동 관찰 기록이 없고 산소를 공급한 전후의 심장박동도 적혀 있지 않으며, 분만 막바지에도 기준대로 측정한 기록이 없다는 점을 정리했습니다. 분만 직전에야 측정한 심장박동이 정상보다 크게 낮았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담당 의사가 무통분만 시술 뒤 약 5시간 동안 산모를 직접 보지 않았다는 점은 녹취록을 근거로 주장했습니다.
감정 결과와 의학 문헌으로 과실을 구체화하다
의료분쟁 전문기관의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진료기록 감정과 보완감정 결과를 의뢰인에게 유리한 근거로 들었습니다. 특히 아기의 현재 상태에 분만 중 가사가 주로 영향을 주었고, 출생 뒤 소생술이 미흡했던 점이 손상을 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강조했습니다. 신생아 소생술 지침과 태아곤란증 진단 기준 문헌을 제출해, 산소 공급량을 늘리지 않은 점, 정맥이 아닌 피하주사로 약물을 투여한 점, 대학병원 도착 직후 기관 내 관 위치를 다시 고정해야 했던 점을 지적했습니다.
흡입분만 손상과 기록 공백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다
흡입분만을 하는 의사는 아기 머리가 다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고, 대학병원 진단서에 '출산 손상으로 인한 뇌실 안 출혈'로 적힌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과실과 다른 원인이 없다는 점이 증명되면 인과관계를 추정한다는 판례, 진료기록 미작성은 의료기관에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다는 법리도 함께 주장했습니다.
간병비와 책임제한 주장에 맞서다
신체감정 결과 아기가 24시간 인공호흡기와 가래 흡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남은 생애 전체에 성인 2인 간병이 필요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의료진이 든 책임제한 사례들은 산모나 태아 쪽 원인이 있던 사건이어서 이 사건과 다르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사건의 결과
법원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 법원이 직권으로 정한 조정안)을 내렸습니다. 병원장과 의료진 등 피고 3명이 함께 아이의 아버지인 의뢰인에게 4억 2천만 원을 정해진 날까지 지급하는 내용입니다. 의뢰인의 나머지 청구와 어머니·아이 명의의 청구는 포기하고, 소송비용과 조정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이 과실을 하나하나 판단한 결정은 아니지만, 아이의 중증 장애에 대한 배상이 이 결정으로 정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