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고혈압 진료에서 의사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 만성질환 관리와 지도·경과관찰 의무
당뇨나 고혈압으로 몇 년씩 같은 의원에 다니다가 합병증이 생기면 "그동안 약만 받아 왔는데 병원은 뭘 했나"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만성질환은 한 번의 수술처럼 사고 장면이 뚜렷하지 않아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여기기 쉽지만, 오랜 진료 과정에도 의사가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결과와의 연결을 보여 주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함께 알아야 합니다.
만성질환 진료에서 문제 되는 장면
- 검사에서 이상 수치가 나왔는데 환자에게 알리지 않거나 다음 검사·치료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
- 합병증을 의심할 증상(발의 상처, 시력 저하, 가슴 통증 등)을 호소했는데 살피지 않은 경우
- 약을 바꾸거나 늘린 뒤 부작용 위험과 주의할 증상을 알려 주지 않은 경우
- 자기 의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인데 큰 병원 진료를 권하지 않은 경우
만성질환 진료에서 경과관찰은 단순히 같은 약을 계속 처방하는 일이 아니라, 검사 결과와 증상의 변화를 확인하고 그에 맞게 다음 진료를 계획하는 일로 이해됩니다. 그래서 분쟁에서는 진료기록에 수치 변화를 확인한 흔적이 있는지, 이상이 보였을 때 무엇을 했는지가 먼저 검토됩니다.
법이 정한 '요양방법 지도' 의무
의료법 제24조는 의료인이 환자나 보호자에게 요양방법이나 그 밖에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결핵약의 시력 부작용이 문제 된 사건에서, 부작용이 있는 약을 쓸 때 의사는 부작용 가능성과 대처 방법을 환자의 교육 수준, 나이, 상태 등을 고려해 구체적으로 설명·지도해야 하고, 약품 설명서를 주거나 추상적인 주의사항을 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2004다64067). 심장 판막 수술을 받은 환자가 합병증으로 숨진 사건에서도, 환자가 후유 증상과 악화를 막는 방법을 정확히 알아 즉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를 주고 지도해야 하며 안내서를 나눠 준 것만으로는 이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2007다70445).
수술 전 설명의무와는 다르다
수술 전 설명의무는 환자가 수술을 받을지 스스로 정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어서, 위반되면 주로 위자료(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가 문제 됩니다. 반면 요양방법 지도 의무는 진료 그 자체의 일부로 이해됩니다. 그래서 지도가 부족해 환자가 위험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 때문에 결과가 나빠졌다면, 진료상 잘못과 같이 다루어 치료비와 일하지 못한 기간의 수입 같은 손해까지 다툴 여지가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인과관계라는 벽
만성질환 사건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인과관계(잘못과 결과 사이의 연결)입니다. 의협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뇨와 말초혈관 질환이 있고 신장이식 뒤 면역억제제를 먹던 환자가 다리 상처로 입원했다가 무릎 아래를 절단한 사건에서, 전주지방법원은 진료 과정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하면서도 기존 질환이 워낙 무거워 적절히 치료했더라도 절단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잘못과 절단 사이의 연결을 인정하지 않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오래된 병 자체가 결과의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언제 무엇을 했으면 달라졌는지'를 의학적으로 보여 주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환자의 몫은 어떻게 반영되나
환자가 약을 임의로 끊었거나 정해진 날 오지 않았다면 그 사정은 배상액을 줄이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근거 없이 병원 책임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한계도 분명히 하고 있으므로(2015다55397), 환자 쪽 사정이 실제로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합니다. 또 환자가 약을 끊은 이유가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면, 그 사정은 오히려 의사의 지도 의무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록에서 확인할 것
- 그동안의 검사 결과지와 수치 변화, 결과를 환자에게 알렸다는 기록이 있는지
- 처방 변경 내역과 그때 기록된 설명·주의사항
- 환자가 호소한 증상이 진료기록에 어떻게 적혀 있는지
- 큰 병원 진료를 권유한 기록이 있는지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의료법 제24조,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다64067 판결,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7다70445 판결,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55397 판결, 전주지방법원 당뇨발 절단 손해배상 판결(의협신문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