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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LAW · 변호사칼럼
의료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의료사고 손해배상의 쟁점과 판례를 변호사가 정리했습니다.

시간이 생명인 질환을 놓쳤을 때 — 패혈증·대동맥 박리·폐색전증 진단 책임의 공통 쟁점

패혈증, 대동맥 박리, 폐색전증은 서로 다른 병이지만 의료분쟁에서는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처음 증상이 흔하고 애매해서 다른 병으로 오인되기 쉽고, 제때 진단하면 치료할 수 있지만 몇 시간만 늦어도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에서는 '무엇을 했느냐'보다 '언제 무엇을 의심했어야 했느냐'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흔한 증상 뒤에 숨는 병

패혈증은 열과 오한, 복통처럼 감기나 장염과 비슷하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대동맥 박리는 갑작스럽고 심한 가슴 통증이나 등 통증으로 나타나 심장 질환, 위장 질환, 근육통으로 오인되기도 합니다. 폐색전증은 수술 뒤나 오래 누워 지낸 뒤 숨이 차거나 가슴이 아픈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폐렴이나 불안 증상으로 넘겨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 질환 모두 혈액검사나 CT 같은 검사를 '해 봐야' 확인되는 병이어서, 검사를 할지 말지의 판단이 결과를 가릅니다.

기준은 '그때 의심했어야 했나'

대법원은 진단도 진료 당시 임상의학에서 실천되던 수준에 맞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2020다217533). 결과를 알고 난 뒤에 돌아보면 모든 증상이 그 병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법원은 당시 의료진 앞에 있던 정보, 곧 증상, 활력징후(혈압·맥박·체온·호흡), 위험 요인, 검사 결과를 기준으로 평균적인 의사라면 그 병을 의심하고 검사했을지를 따집니다.

법원이 과실을 인정한 장면

2015년 4월 보도된 사건에서는, 전립선 조직검사를 받은 뒤 가슴·배·머리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60대 환자를 의료진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보고 치료하는 바람에 패혈증 치료(항생제 투여)가 입원 약 15시간 뒤에야 시작되었고, 그사이 팔다리 등의 조직이 썩어 여러 차례 절단 수술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패혈증을 일찍 의심해 항생제를 쓰지 않은 과실을 인정했고, 병원에 약 6억 9천만 원의 배상을 명한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 대동맥 박리를 놓친 사건들에서도 심한 가슴·등 통증을 호소했는데 CT 같은 영상 검사를 하지 않은 점이 과실 판단의 핵심 쟁점이 되어 왔습니다.

과실이 부정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대법원은 2024. 10. 25. 선고 2023도13950 판결에서, 고열과 복통을 장염으로 보고 치료했는데 다음 날 패혈성 쇼크로 숨진 사건의 업무상과실치사 유죄 원심을 파기해 돌려보냈습니다. 당시 활력징후가 안정적이었고 다른 검사에서 이상이 없던 사정을 들어, 장염 진단이 당시 진단 수준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형사 사건은 증명 기준이 엄격하므로 민사 판단과 같지는 않지만, '그때 무엇이 보였는가'가 결론을 가른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시간 기록이 승부를 가른다

이런 사건에서는 시각이 곧 증거입니다. 응급실 도착 시각, 활력징후를 잰 시각과 수치, 검사를 지시한 시각과 결과가 나온 시각, 항생제나 혈전을 녹이는 약을 처음 투여한 시각, 전문의를 부르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긴 시각을 한 줄로 세워 보면, 어느 구간이 비어 있는지 드러납니다. 증상의 원인이 진료상 잘못 말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보이면 과실과 인과관계(잘못과 결과 사이의 연결)를 추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2022다219427)도 이런 구체적인 공백을 보여 줄 때 힘을 얻습니다. 제때 진단했더라도 결과가 같았을 가능성이 크다면 배상 범위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진단이 빨랐다면 어떻게 달라졌을지에 대한 의학적 의견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족이 먼저 확인할 것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다217533 판결,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3도13950 판결, 2015년 대법원 확정 패혈증 오진 손해배상 사건(법률신문·이데일리 2015. 4. 2.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