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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LAW · 변호사칼럼
의료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의료사고 손해배상의 쟁점과 판례를 변호사가 정리했습니다.

분만사고 소송의 쟁점 — 태아 감시, 응급 제왕절개 결정, 국가 보상제도와의 관계

출산은 축복이어야 할 순간이지만, 분만 과정에서 아이가 뇌 손상을 입거나 산모가 크게 다치는 일이 드물게 생깁니다. 가족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묻게 되지만, 분만실에서 몇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분만사고는 두 생명이 함께 걸려 있고, 짧은 시간 안의 판단이 결과를 가르며, 아이에게 남는 장해가 평생 이어진다는 점에서 다른 의료사고와 다릅니다. 소송에서 실제로 다투는 지점과, 과실이 없을 때 국가가 보상하는 제도를 함께 살펴봅니다.

쟁점 1: 태아의 상태를 충분히 지켜봤는가

진통 중에는 태아 심박동 검사 등으로 아기가 산소 부족 같은 위험 신호를 보이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특히 분만이 오래 걸리거나 위험 요인이 있는 산모라면 더 자주, 더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소송에서 자주 문제 되는 부분입니다.

2025년 9월 선고된 수원고등법원 판결이 좋은 예입니다. 11시간 넘게 진통한 끝에 태어난 아이가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사건에서, 법원은 위험 요인이 있었는데도 태아 심박동 검사가 11시간 동안 세 차례에 그쳤고 분만 직전에는 3시간 20분 동안 공백이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태아 감시를 소홀히 한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병원 책임은 30%로 제한됐지만, 아이의 치료비와 평생 필요한 돌봄 비용 등을 반영해 배상액은 6억 원을 넘었습니다.

쟁점 2: 제왕절개를 제때 결정했는가

태아의 상태가 나빠지는 신호가 보이거나 분만이 진행되지 않는데도 자연분만을 계속 고집했다면, 응급 제왕절개 결정이 늦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이때는 ① 위험 신호가 처음 나타난 시각, ② 수술을 결정한 시각, ③ 실제로 아기가 태어난 시각 사이의 간격이 핵심입니다. 위 사건에서도 산모와 남편이 두 차례 제왕절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위가 사실관계로 드러났습니다. 가족이 요청한 시각과 의료진의 답변은 기억이 생생할 때 적어 두어야 합니다.

아이의 장해가 분만 때문이라는 것을 어떻게 보이나

뇌성마비는 선천적인 요인이나 출생 뒤 감염 등 다른 원인으로도 생길 수 있어, 병원은 대개 "분만과 관계없는 원인"을 주장합니다. 대법원은 2023년 판결(2022다219427)에서 환자 측이 진료상 과실을 증명하고, 그 과실이 손해를 일으켰을 개연성(막연한 가능성을 넘어 그럴 만하다고 볼 정도)을 보여 주면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분만사고에서는 태아 심박동 기록지, 분만 경과 기록, 출생 직후 신생아의 상태와 처치 기록, 신생아 뇌 영상 검사가 그 개연성을 보여 주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과실이 없을 때: 국가의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

의료분쟁조정법 제46조는 의료진이 충분히 주의를 다했는데도 피할 수 없이 생긴 분만 사고를 국가가 보상하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대상은 신생아 뇌성마비, 분만과 관련된 산모 사망, 태아·신생아 사망이고, 2026년 8월부터는 산모의 중증장애도 포함됐습니다. 재원은 전액 국가가 부담하며, 2025년 7월부터 보상 한도가 최대 3천만 원에서 최대 3억 원으로 올랐습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청구하면 심의를 거쳐 지급 여부와 금액이 정해집니다.

주의할 점은 이 제도가 '의료진에게 과실이 없는 경우'를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과실이 있다면 병원을 상대로 손해 전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 금액은 보상 한도와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또 보상 대상은 '분만과 관련된' 사고이므로, 분만과 관계없는 원인으로 판단되면 보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상을 청구할지 소송을 할지 정하기 전에 기록을 먼저 검토해 과실 가능성부터 따져 보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2027년 5월 시행 예정인 개정법은 국가 보상 대상을 고위험 필수의료로 넓힐 예정입니다(시행 전).

지금 챙겨야 할 자료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론과 보상 여부는 개별 사실관계와 심의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거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 같은 법 시행령 제23조,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수원고등법원 2025. 9. 19. 선고 판결(보도)